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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일하는 아이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파키스탄 펀자브지방의 시알코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다.

하지만 축구공 생산 하나만은 세계적이다.

국제축구대회에서 사용되는 축구공의 4분의3이 이곳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지난해 유러피언컵 축구대회에도 시알코트에서 생산된 축구공이 사용됐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회사들이 파키스탄을 찾는 것은 저임금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어린이들을 헐값으로 부릴 수 있다.

파키스탄에선 4~14세 어린이 1천1백만명이 일한다.

파키스탄의 대표적 수출품인 카펫은 대부분 어린이들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들이 받는 하루 임금은 미화 1달러가 고작이다.

국제노동기구 (ILO)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4~14세 어린이 2억5천만명이 전일제 (全日制) 또는 시간제 노동에 투입돼 있다.

지역적으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가 중심이지만 미국, 그리고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등에서도 어린이들에 대한 노동수탈이 행해지고 있다.

어린이들에 대한 노동수탈은 생산현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성적 (性的) 학대는 심각한 상황이다.

유엔아동기금 (UNICEF) 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포르노산업과 매춘이 급증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특히 최근들어 인터넷이 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지난달 27~30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열린 '어린이노동에 관한 국제회의' 는 어린이에 대한 노동착취를 방지하기 위한 '행동의제 (議題)' 를 채택했다.

이 선언은 "어린이들에 대한 노동착취를 중단하고 그들을 육체적.정신적으로 복구시키는 한편 그들에게 다른 생활방도를 강구할 것" 을 강조하고, 모든 공산품에 '비 (非) 어린이노동 (child labour free)' 표시를 의무화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어린이들에 대한 노동금지가 그들로부터 생계수단을 빼앗음으로써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한다.

미국이 방글라데시에 대해 어린이들이 생산한 의류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자 일자리를 잃은 어린이들이 매춘 등 더욱 나쁜 환경으로 빠져들었던 것이 좋은 예다.

어린이의 권리에 대한 유엔협약은 어린이의 교육.자기개발.보호.유희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로부터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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