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리 같은 교육감 뽑을 수 있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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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학부모 마음은 한결같다. 내 아이가 공부 잘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학교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는 학생 인생의 거름과 같다. 좋은 선생님과 좋은 벗을 만나 좋은 교육을 받으면 인생 좌표가 바뀔 수도 있다. 학부모 마음은 이중적이다. 교육열은 세계 최고인데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적다. 공교육 불신 탓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최종 책임자는 교육감이다. 교육감이 훌륭하면 학생 실력도, 교사 실력도 높일 수 있다.

교육감은 주민이 직접 뽑는다. 2006년 12월 20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이후다. 이전에는 초·중·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선출했다. 후보자가 선거인을 매수하고, 지연·혈연·학연 부작용이 심각해 직선으로 바꿨다. 2007년부터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중 9명을 뽑았다. 712억원이 들었다. 간선 교육감 임기는 끝났는데 2010년 6월 전국 동시 선거까지 1년 이상 남은 곳들이다. 그러다 보니 1년짜리 교육감도 나온다. 내년 6월 새로 뽑혀 7월 1일 취임할 교육감부터 임기가 정상(4년)이 된다.

4월 8일 경기도에서는 그런 선거를 치른다. 5명이 경쟁 중이다. 임기는 1년2개월이다. 같은 달 29일에는 경북·충남 교육감(1년 임기)도 뽑는다. 두 곳은 교육감이 뇌물 수수 혐의로 중도 하차했다. 경기도는 어떤 곳인가. 학생 수만 200만 명이다. 경기교육감은 부산시 1년 예산보다 많은 8조7100억원을 주무른다. 2768개 공립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직원을 포함한 10만3800여 명의 인사권도 쥔다. ‘교육 대통령’이란 말이 나오는 연유다.

유권자는 경기도 인구의 75%인 850만7660명이다.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 때보다 42만3086명 많다. 선거비용도 역대 최고인 468억원(예상치)이다. 서울 228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서울은 투표율이 15.5%에 불과했다. 공정택 교육감은 49만 표(40%)를 얻었다. 대표성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게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경기도 선거도 걱정이다. 정책 대결은 없고 고발과 비방이 여전하다. 유권자 반응은 냉랭하다. 서울보다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투표율을 15%(127만 6149명)로 가정하면 한 표에 3만6672원 든다. 학교만 살린다면 아까울 게 없다. 교육 개혁을 이끌어 세계적인 스타가 된 미국 워싱턴DC의 미셸 리 교육감 같은 이를 뽑을 수 있다면 돈이 대수일까.

현행 선거제도는 분명 문제가 많다. 투표율이 낮고 비리와 위법이 심각하다. 충남·경북에 이어 서울·울산 교육감도 위태롭다. 출마자격을 경력(교사·교수나 장학사·장학관 등 교육 경력 5년 이상)으로 제한한 것도 선출직 중 유일하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헌법 31조)을 이유로 정당 공천제와 시·도지사 러닝메이트도 금지돼 있다. 경희대 김종호(행정학) 교수는 "후보자 캠프에 여야 의원이 드나들고, 정당 대리전 양상인데 ‘중립’을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제도가 못마땅해도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세금도 아깝거니와 공교육을 살리는 심정으로 꼭 투표해야 한다. 자녀 교육과 미래가 달린 일이다. 정부도 내년 선거 전에 제도의 허점을 손질해야 한다.

양영유 교육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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