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지테크 ‘금융 IQ’를 높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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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대를 맞아 재테크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하는 조언이다. 자통법 발효로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그만큼 잘 골라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투자자 보호장치가 강화됐다지만 투자의 책임은 결국 본인이 져야 한다.


금융투자협회 나석진 법규팀장은 “한마디로 대충 알고, 대충 팔던 시대에서 투자자가 제대로 알고 투자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자신의 투자 목적에 맞는 상품을 찾아내고,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가 펴낸 투자자 교육서 『행복한 삶을 누려라』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기본 원칙을 알아보자.

◆수익성만 보지 마라=금융상품을 고를 때는 기본적으로 네 가지를 살펴봐야 한다. 바로 수익성·환금성·안정성·투자 기간이다. 상품마다 이 네 항목에서 각각 장단점이 있는 만큼 어느 하나만 따지다간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마치 ‘네 마리 토끼’를 잡는 일과 같은 것이다.

수익성 확인은 가장 기초다. 은행 예금처럼 가입 시 수익률이 확정되는 상품은 금리만 살펴봐도 된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처럼 자산의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거나 만기 시 시장 금리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도 있다. 이런 상품은 수익률을 예측하기 어렵고 수익성 하나만으로 좋은 상품인지 알 수 없다. 다음으로 따져 볼 게 환금성이다. 필요할 때 별다른 손해 없이 현금화할 수 있다면 환금성이 좋은 상품이다.

수익성과 환금성을 고루 갖춘 상품으로 대표적인 게 주식형 펀드다. 하지만 세 번째 항목인 안정성에선 떨어진다. 보통 수익성이 높은 상품일수록 안정성은 떨어진다. 안정성에 민감한 투자자라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부실 여신비율 등을 살펴보고 경영 상태가 좋은 금융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채권은 만기 시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어 주식에 비해 안정성은 높다. 하지만 발행 회사가 만기 이전에 파산하면 역시 원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다음으로 투자 기간을 확인해야 한다. 높은 금리에 끌려 덜컥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했다가 급한 사정이 생겨 돈을 찾아야 할 경우 중도해지 수수료를 물어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 때를 예상해 투자 기간과 맞추고 장기 투자자금과 단기 운용자금을 구분해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 목적과 궁합 맞춰라=네 가지 원칙에 따라 상품을 들여다봤다면 남은 건 선택이다. 선택의 기본 잣대는 자신의 투자 목적과 성향이다. 예컨대 일상생활 자금으로 수시로 돈을 넣었다 뺐다 하려면 예금·종합자산관리계좌(CMA)·머니마켓펀드(MMF) 등이 제격이다. 목돈 마련이 목표라면 적금·적립식 펀드가 궁합이 맞다. 이미 마련된 목돈을 잘 굴리는 게 목적이라면 회사채·기업어음(CP)·환매조건부채권(RP) 등이 대상군에 들어온다. 같은 투자 목적을 가진 상품이라도 위험도와 수익성이 다른 만큼 자신의 투자 성향을 점검해 상품을 선별해야 한다.

연령대별로도 궁합이 맞는 상품이 있다. 라이프사이클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20~30세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돈을 벌기 시작하는 시기다. 단박에 돈을 모으려면 수익성 높은 상품을 선택해야 될 것 같지만 이 세대는 그럴 만한 경제력도, 투자 경험도 없다. ‘종잣돈 마련’이 키워드인 만큼 자산을 지속적이고 안전하게 늘릴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포인트다. 안정성이 높은 정기적금·주택청약예금이나 매월 일정액을 넣는 적립식 펀드 등이 적합하다.

30~40세는 소득이 늘어나며 자산을 불려 가는 시기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중요하다. 적립식 펀드, 주가연동상품, 배당주 펀드, 장기주택마련 펀드, 변액유니버설보험 등이 활용도가 높다. 40~50세는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때지만 퇴직을 앞두고 자산을 지켜야 하는 시기다. 한 방을 노리다 큰 손실을 볼 경우 다시 일어서기 힘들기 때문에 무모한 투자는 금물이다. 위험 자산을 줄이고 지출이 많은 시기인 만큼 환금성이 높은 자산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정리=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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