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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잡기=복통 달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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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관 기자

갑작스러운 복통은 왜?=최근 영업실적이 부진해 불안해하던 김모(34)씨. 설상가상으로 어릴 때부터 의지하던 숙모가 돌아가시자 심한 충격에 빠졌다. 문제는 출근 뒤에 발생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복통에 구토까지 생겨 응급실 신세를 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증세가 반복된다는 것. 스트레스를 조금만 받아도 위통에 두통까지 찾아와 그를 괴롭혔다.

복통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실제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10%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할 정도다. 하지만 복통에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경성 또는 기능성 복통이 그것.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소화기내과 정성원 교수는 이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위장관 운동장애. 식도에서 위·소장·대장 등 소화기관은 규칙적인 연동운동에 의해 소화된 음식을 아래로 내려보낸다. 수축과 이완의 리듬이 깨지는 것이 바로 운동장애다. 음식이 정체되면서 소화기능이 멈추고, 속이 더부룩한 듯 불편한 증상이 계속된다.

다음은 지각 과민반응이다. 위나 장이 외부의 자극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 교수는 “보통 사람은 잘 느끼지 못하는 자극을 내장기관에 있는 센서가 민감하게 느낀다”며 “작열감·급체·통증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참을 수 없는 경련성 복통=경련통은 마치 위에 송곳을 넣고 다니는 것과 같다. 송곳은 이른바 스트레스. 위장과 같은 소화기관은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불수의근이 조종한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계. 자율신경계의 부교감신경과 교감신경의 균형이 깨지면서 위장의 리듬이 엉클어지는 것이다.

영향을 받은 부위가 바로 내장 근육인 평활근이다. 스트레스를 받아 자율신경계의 부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분비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평활근이 흔들리면서 위액이 쏟아진다. 산도가 높은 위액은 위벽을 헐게 하고, 평활근의 진동은 위경련과 같은 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에 위장병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과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카페인도 복통을 야기한다. 비에비스나무병원 복통클리닉 민영일 원장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과 흡연이 늘고, 이런 자극이 다시 위를 괴롭힌다”며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를 차단하는 노력을 통해 복통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의 고통을 다스리려면=복통의 원인을 밝혀내려면 복통의 위치, 시작된 시기, 특징을 살펴 심리적인 원인인지, 원인 질환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교수는 “복통 중 일부는 심각한 질환의 예고 증상일 수 있다”며 “특히 노인·소아·면역 결핍환자(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한 환자 등)에서는 복통이 과소평가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전신 상태가 나쁘지 않은데 복통 증상만 느낄 때 기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체중 감소·혈변 등 동반 증상이 없고, 사회활동을 하는 젊은 사람에게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원인 질환이 없는 복통이면서 소화기관의 비정상적인 운동, 즉 수축·이완에 의한 문제라면 진경제가 도움이 된다. 진경제는 소화기관의 평활근을 진정시켜 정상적인 리듬을 회복시켜준다. 자궁 평활근이 경련을 일으켜 통증이 생기는 생리통 역시 마찬가지 원리다.

진경제는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부스코판과 부스코판 플러스(한국베링거인겔하임)가 있다. 녹십자 알기론, 현대약품 아클라톤, 대웅제약 티로파 등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복통의 종류

1. 급성 복통=전체 급성 복통 환자의 극히 일부로 신속하게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복통.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 등.

2. 담도성 통증=담석이 원인으로 마치 급체를 한 듯 윗배에 통증. 비만한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먹고 통증이 발생하면 담도성을 의심.

3. 비특이적 복통=통증이 복부의 비특정 부위에서 발생. 신경성 위장장애에 의한 복통은 위치가 특징적이지 않아 진단이 잘 안 됨.

4. 연관통=원인 부위와 떨어진 곳에서 통증 발생. 담석은 윗배와 함께 견갑골(어깻죽지) 부위에서도 통증이 느껴짐.

5. 내장통=내장 복막에서 방사돼 나오는 통증. 둔하고, 쑤시는 듯하다. 내장 통증은 흔히 특정 장기의 팽창이 원인.

자료: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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