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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호텔 룸 메이드의 충격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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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 언제나 만나게 되는 호텔의 ‘룸 메이드’. 한식이 그리워 김치찌개로 포식을 한 다음 날이면, 그녀를 만나기 전 쫓기듯 방을 나섰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 있으리라. 여기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호텔에서 일했던 어느 룸 메이드의 고백을 들어보자.

*** 제일 반가운 사인 ‘DND’

룸 손잡이에서 이 세 글자로 된 사인만 발견하면 “할렐루야” 소리가 절로 나왔다. ‘DND’(Do Not Disturb 그냥 내버려 두시오) 사인 두 개를 발견하는 날이면 천국이다.

물론 그 사인이 내 8시간의 근무가 끝날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325개의 방 중에서 15개를 맡았는데 계속 머무는 손님의 방은 손이 덜 가는데 침대 시트를 갈지 않고 정리만 해서 20분 정도 시간 절약이 되곤 한다.

이런 방이라고 항상 좋아할 일은 못 됐다. 어떤 손님은 방에서 나가지 않고 내가 화장실을 문지르고 쓰레기통을 비울 때까지 지켜 보기도 했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침대 시트를 갈아 달라고 했는데 미칠 지경이었다.

진공청소기로 방 전체를 청소하기보다 방의 모서리만 청소를 해서 청소 흔적을 남기곤 했는데 바닥의 큰 부스러기는 줍기만 했다.

욕조는 더운 물로 문질러야 했지만 때때로 물만 뿌려서 닦아내기만 했다. 몇 주 지나서 방을 점검한 감독관이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하자 나중에는 물기만 닦아냈다.

*** 박테리아 천국

나는 손님들이 베개에 남기고 간 머리카락 변기의 오줌 먹다 남긴 쿠키 오염된 시트가 역겨웠다. 심하게 오염된 시트는 아예 버렸다.

꼬마들이 같이 머물렀던 방은 최악이다. 바닥은 음식찌꺼기가 떨어져 있고 쓰레기통은 기저귀로 가득 찼다. 이런 방은 45분이 걸렸다. 대부분의 룸 메이드는 고무 장갑을 끼었는데 내 것은 너무 커서 맨손으로 하곤 했다. 놀랍게도 감기는 두 번 밖에 안 걸렸다.

*** 용서를 빌고 싶어

나는 룸 메이드가 팁을 받는지 몰랐다. 손님들이 두고 가는 돈이 의도적인 선물이라고 알아채는데 몇 주가 걸렸다. 팁은 항상 보잘 것 없었는데 1달러 이상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어떤 손님은 그 팁마저도 종교 팜플렛으로 대체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테이블에 빳빳한 100달러 짜리가 팁으로 놓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그렇다고 평소 내가 하던 버릇을 바꾸지는 못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내가 청소했던 방에 머물렀다면 용서를 빌고 싶다. 내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았다면 변기에 물만 내리지 않고 닦았을 것이다.

LA중앙일보=백종춘 기자 jcwhite100@koreadaily.com

[미주중앙 : 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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