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 발사 성공하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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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것이라 주장하지만, 그 목적은 위성을 실제로 운용하는 것보다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성패에 따라 한반도 주변의 안보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에는 북한이 인공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북한에 앞서 이란이 최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이 그 근거다. 북한과 이란은 미사일 기술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2006년 7월 북한 무수단리의 대포동 2호 시험발사 때는 이란의 미사일 기술자들이 현장 참관을 했다는 게 미국 정보당국 등의 판단이다.

이란이 분해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을 들여와 미사일 개발에 활용했다는 정보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월 초 ‘사피르 2호’ 발사체로 인공위성 ‘오미드’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 이란의 기술은 북한도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북한이 로켓을 무수단리 시험장으로 운반한 시점도 이란의 위성 발사 시점과 정확하게 겹친다.

실패한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 및 1998년의 대포동 1호 발사 때와는 달리 북한 정부가 사전에 발사 시기와 궤도, 추진체 낙하 지점 등을 공개한 것도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06년 7월 발사된 지 7분 만에 추락했던 대포동 2호의 기술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시험 발사에 성공할 경우는 동북아의 안보 지형과 전력 균형을 뒤흔들어 놓게 된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다”고 말했다. 2006년 10월 이미 핵실험을 한 북한이 장거리 발사체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보유가 갖는 파괴력은 미사일 능력과 결합하는 순간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위협이 커지는 만큼 북한의 협상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 조야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아무도 북한을 손쉽게 다룰 수 없을 정도의 전력으로 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효과는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 여부와 상관없이 미사일을 미국 본토까지 날려 보내는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능력만 입증해 보이면 된다. 위성의 궤도 진입을 위해서는 평지 사거리 1만5000㎞ 이상의 기술 수준이 필요하고,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ICBM 능력은 사거리 8000㎞ 수준을 요구한다.

결국 북한이 발사에 성공할 경우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 발사유예(모라토리엄) 약속을 받아내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협상을 북·미 대화로 몰고 가려는 북한과 소외되지 않으려는 한국과의 대립도 예상된다. 더구나 인공위성 궤도 진입에까지 성공하면 국제공조도 흐트러지게 된다. 주권국가로서 우주개발권리를 행사한 것이란 북한 주장을 반박할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아 한·미가 추진 중인 유엔 제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반대로 로켓 발사에 실패할 경우 북한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한·미는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가 제재에 들어가고 이에 북한이 반발하는 등의 긴장이 조성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 질 수 있다. 북한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2차 핵실험과 같은 초강경수를 둘 수도 있다.

예영준·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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