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언론 접촉 스타일 ‘될 수 있으면 많이 만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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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취임 2개월을 넘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과는 크게 다른 언론 접촉 형태를 보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왕성한 언론 접촉 횟수다. 오바마는 24일 취임 후 두 번째 황금시간대 TV 연설을 했다. 조시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8년 임기 동안 이 같은 회견을 각각 4번밖에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오바마는 수십 차례에 걸친 주요 신문·방송사와의 인터뷰 외에 최근 오락성이 강한 심야 토크 프로그램 ‘제이 리노의 투나잇 쇼’와 C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60분’에 출연하는 등 접촉 범위도 크게 넓혔다.

26일엔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국민과 직접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이 같은 현상은 ‘최고의 세일즈맨’(로이터통신)에 비유될 정도로 뛰어난 의사 전달 능력을 가진 오바마가 직접 나서는 게 대국민 설득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성과 심야 토크 쇼의 정치적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현실도 감안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오바마는 또 전통적인 주류 언론 매체 외에 그동안 대통령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았던 비주류 중소 언론 매체에도 인터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4일 TV 연설 때는 뉴욕 타임스(NYT), 워싱턴 포스트(WP), LA 타임스, 시카고 트리뷴,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 주요 5개 신문사는 오바마에게 질문할 수 없었다. 대신 스페인어 방송사인 유니비전, 군사 전문지인 성조지, 흑인 계층을 대표하는 잡지인 에보니 등이 질문권을 얻었다. WP는 “(잘못된 질문자 선정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중요한 현안이 다뤄지지 않았다”며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시했다.

내용적으로 가장 명확한 변화는 현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진보 성향 언론 띄워주기가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취임 후 첫 TV 기자회견 때는 오바마가 진보 성향의 소규모 언론 매체인 허프팅포스트 기자에게 질문권을 줘 미 언론계를 놀라게 했다. 오바마는 이후 진보 성향의 라디오 토크 프로그램 진행자인 에드 슐츠와 단독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과 피터 오재그 예산국장 등 백악관 참모들도 사안이 있을 때마다 진보 성향 매체 기자들을 별도로 만나 배경을 설명하며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주류 언론들이 오바마와의 밀월을 끝내고 호된 신고식에 들어가려 하자, 정부 정책에 보다 공감하는 언론을 상대로 주 지지층과 직접 소통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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