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윤밴’ 이번엔 ‘공존’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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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윤도현은 “YB(윤도현 밴드) 멤버들은 다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어한다”며 “이런 공통점 덕분에 자존심 강하고 개성 넘치는 멤버들이 10년 넘게 함께 밴드를 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태희(베이스), 허준(기타), 윤도현(보컬), 김진원(드럼). [다음기획 제공]

지난해 가을 KBS-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라디오 ‘윤도현의 뮤직쇼’에서 동시에 하차한 후, ‘YB(윤도현 밴드)’의 윤도현(37)은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죠. 수입이 졸지에 ‘제로’가 된 셈이니까. 다른 활동 없이 음악만 하려니 ‘멋진 걸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도 더 컸어요. 그래도 좋았던 건, 오랜만에 음악과 진지하게 맞서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죠.” 그렇게 ‘백수 YB’가 공을 들여 만든 8집 앨범 ‘공존(共存)’이 24일 발매됐다. 2006월 여름 발표한 7집 ‘와이 비(Why Be)’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다같이 오면 너무 번잡할까봐’ 멤버들 없이 혼자 인터뷰에 응한 윤도현은 “가사 한 줄 쓰느라 며칠씩 고민해 본 적은 음악 시작하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시대를 기록하는 밴드 되고 싶어=‘공존’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앨범엔 현재 한국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담았다. 청년실업을 이야기한 ‘88만원의 루징 게임(Losing Game)’, 용산참사로 불거진 철거민 문제를 다룬 ‘깃발’, 악플러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토크 투 미(Talk To Me)’ 등이 대표적이다. 은유·상징적인 가사가 대부분이지만, ‘형제들이여 깃발을 들어라’ 같은 비장한 문구도 등장한다.

“요즘 세상에 이런 가사가 ‘촌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촌스러워요. 막말로 ‘개기려고’ 이런 음악을 만든 것도 아니고, ‘현실을 반영한 음악’이라는 YB의 기존 색깔을 지킨 것뿐입니다.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며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짐작하듯, 먼 훗날 사람들이 YB의 노래를 들으면서 2009년 한국 사회를 그려낼 수 있었으면 해요.”

가사보다 신경쓴 건 음악적 완성도다. 전체적으론 1960~70년대 록 음악을 듣는 듯한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살렸다. 타이틀 곡 ‘아직도 널’이나 ‘편지’ 등은 그동안의 히트곡처럼 따뜻하고 감성적인 노래들. 마지막곡 ‘엄마의 노래’에는 윤도현의 다섯 살짜리 딸 정이의 깜찍한 목소리도 살짝 들어가 있다.

◆내년 월드컵은 조용히 보낼래=따져보면 윤도현만큼 많은 억측과 논란의 중심에 섰던 뮤지션도 많지 않다. 2002년 월드컵으로 갑자기 뜬 탓인지 ‘음악성 없이 시류에 편승하는 밴드’라는 비판이 줄곧 따라다녔다. 월드컵 광고에서 ‘애국주의’를 내세우면서 한편으론 ‘사회파 가수’의 이미지 역시 이어가려 하는 ‘기회주의자’란 소리까지 들었다.

“YB는 평론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밴드 중 하나예요. 이런 저런 일들로 욕도 정말 많이 먹었죠. 예전에는 남들이 뭐라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한다는 주의였지만 이젠 비판에도 이유가 있으니 귀를 기울여 보자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월드컵이요? 2002년에는 아무 생각없이 신났고, 2006년은 무대에 서면서도 부끄러웠죠. 내년에는 정말 조용히 보낼 생각이에요. 집 근처 뚝섬 공원에서 아파트 부녀회원들 모아놓고 노래하며 응원할래요.”

새 음반 발매를 기념해 4월 13일부터 5월 3일까지 서울 홍대앞 브이홀에서 소극장 콘서트도 연다. YB가 소극장 무대에 서는 것은 결성 초기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모처럼 작은 공간에서 관객들과 제대로 대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윤도현의 변. 게다가 공연기간이 3주나 되기에 ‘마흔 언저리’에 들어선 멤버들은 요즘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단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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