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서 최고 소비자가격 지정…미국 대법원 '합헌'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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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 대법원이 4일 상품.서비스 공급업체가 소매점에 최고 소비자가격을 지정할 수 있다고 유권 해석함에 따라 미 공정거래정책의 틀이 크게 바뀌게 됐다.

이같은 유권해석은 제조.도매업체의 소비자가격 지정행위가 독점금지법의 금지대상인 가격협정에 해당돼 자동적으로 불법행위가 된다는 지난 68년도의 유권해석을 29년만에 뒤집은 것이다.

미 대법원은 이날 만장일치로 제조.도매업체의 거래계약이 독점금지법을 충실하게 지켰을 경우 합리성의 원칙에 따라 최고 소비자가격을 판단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주유소와 신문.맥주.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점포별 소비자가격과 함께 최고 소비자가격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의 담합에 의해 이뤄진 수평적 가격 지정은 여전히 금지대상이다.

이번 유권해석은 일리노이주의 스테이트 오일사 (社)가 산하 주유소에 소비자가격 최고한도를 지정하자 주유소업자가 이 때문에 이익이 거의 남지 않게 됐다고 제소하면서 비롯됐다.

이번 유권해석은 미국의 독점금지제도를 참작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재판매가격 지정을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데 반대했던 미 법무부와 제조.도매업계는 새로운 유권해석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소매점 이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자동차판매상과 주유소업자들은 반대입장을 보였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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