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 외화자금난 최악…콜시장서 원화로 달러매입 겨우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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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보사태 이후 누적돼온 종합금융회사들의 외화자금난이 국내 외환시장과 단기자금시장에 본격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매일 밤늦게야 은행돈을 지원받아 외화차입금을 결제하고 넘어가는등 한계상황에 부닥친 종금사들도 나오고 있어 금융시장의 '시한폭탄' 으로 지목되고 있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해외차입이 막힌 종금사들이 단기자금시장 (콜시장)에서 원화를 빌려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어 금주들어 콜금리와 환율을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콜금리는 한국은행이 3일 1조원, 4일 7천억원등 이틀새 1조7천억원을 풀었는데도 계속 오름세를 보여 지난주말에 비해 0.2%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환율은 한은의 개입과 은행들의 달러화 매물로 일단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데 종금사들의 달러화 수요가 평소보다 20~30% 늘어난 하루 2억~2억5천만달러에 달해 가장 직접적인 환율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여건이나 외국인투자자금의 동향과는 달리 이번에는 종금사들의 달러화수요가 늘어나 환율을 자극하고 있다" 고 말했다.

종금사가 국내에서 원화를 빌려 달러화를 조달할 경우 금리부담은 연12~13%로 해외차입때의 연6~7%보다 훨씬 불리하지만 달리 외화를 구할 길이 없어 긴급 결제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돈을 못 구한 종금사들은 해외시장이 열릴때를 기다려 빌리는데 4일에는 7개 종금사가 만기가 닥친 외화차입을 제때 못막아 밤늦게 런던.뉴욕의 국내은행지점으로부터 돈을 빌려 가까스로 결제했다.

이 과정에서 한은이 종금사들의 만기결제규모와 차입상황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시중은행의 자금지원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보유채권을 일정기간후 되사는 조건 (RP) 으로 외국기관에 팔아 외화를 조달한 종금사들에 대해 런던.홍콩의 금융기관들이 지난주부터 잇따라 추가마진을 현찰로 요구하고 나서 외화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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