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갑용 "난 4번 체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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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감독이 잘해서 이긴 거야. 정말이야. 저쪽(한화)은 1회 볼넷 두 개 내줬다고 선발투수를 바꿨잖아. 나는 만루홈런을 맞고서도 선발을 바꾸지 않아서 이겼어. (웃음)"

지난 24일 한화에 10-5로 역전승한 뒤 삼성 김응룡 감독은 보기 드물게 자화자찬까지 하면서 흐뭇해 했다. 그럴 만했다. '작은 코끼리'로 불리는 한화 유승안 감독의 잔재주를 정면돌파, 역전승을 따낸 것이다.

과거 실업팀 한일은행 시절 김 감독의 제자였던 유 감독은 24일 투수 운용에서 나름대로 승부수를 던졌다. 왼손 선발 김창훈이 1회 말 1사 후에 볼넷 두 개를 내주자 곧바로 강판시키고 김해님을 등판시켰다.

25일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된다는 기상예보를 보고 이날은 총력전을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한화는 4회 임수민의 만루홈런 등으로 5회 초까지 5-2로 앞섰다. 그러나 하늘의 먹구름 대신 유 감독의 얼굴에 먹구름을 드리운 것은 원조 코끼리 감독의 새 작품인 4번 타자 진갑용이었다. 진갑용은 5회 말 무사 만루에서 한화 네 번째 투수 정병희를 좌중월 만루홈런으로 두들겨 6-5로 전세를 간단히 뒤집었다. 볼카운트 1-3에서 한가운데 높이 들어온 137㎞짜리 직구는 삼성의 4번 타자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결승타를 때린 진갑용은 요즘 포수보다는 지명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다.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달 5월 20일 기아전부터 포수자리를 후배 현재윤에게 양보하고 있다. 이승엽.마해영이 빠진 중심타선의 무게를 늘리려는 코끼리 감독의 변칙작전이기도 하다.

타격에 집중하면서 진갑용의 방망이는 매서워졌다. 24일 3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타율 0.314(14위), 홈런 15개(4위)를 기록했다. 1997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개인통산 최고 타율, 최다 홈런을 갈아치울 태세다.

진갑용은 "포수를 하지 않으니 훨씬 편해져 타격에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에는 한 게임에서 안타 1개를 치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상대 타자보다 상대 투수를 더 연구하게 되면서 타격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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