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시비 휘말린 김대중총재·김종필총재 단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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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눠먹기식 밀실거래' 에서 '위법 시비' 에 시달리던 DJP단일화 협상이 이젠 '위헌 (違憲) 시비' 까지 낳게 됐다.

현행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국무총리.각료 임면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사안이 이면 (裏面) 합의 중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합의문의 위법논란이 진행되는 터다.

'공동정부의 국무총리를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 총재가 맡는다' 는 대목이 선거법상 '매수및 이해유도죄' 에 해당한다 (본지 10월28일자 4면 참조) 는 시비가 일자 합의문에선 '자민련측이 맡는다' 로 바꿔 파문을 잠재우려 했다.

그 과정에서 또다른 문제가 내부적으로 제기됐다.

자민련측이 국무총리를 맡는다는 '임명문제' 뿐 아니라 임명된 국무총리를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도록 못박은 '해임문제' 까지 발생한 것이다.

31일 아침 자민련 의원총회와 국민회의 단일화협상팀 회의에서 이 문제가 지적됐다.

자민련 의총에서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가 의원들에게 읽어 준 합의문 초안엔 분명히 "공동정부의 국무총리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대통령이 해임할 수 없다" 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위헌시비 가능성' 을 제기했다.

명백한 현행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金부총재는 이 가능성을 인정해 이날 낮 비공개로 열린 양당의 마지막 협상소위에서 "발표할 합의문에선 삭제해야겠다" 고 제안했다.

하지만 위헌소지 조항을 삭제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DJP집권이 실현된다면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해임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가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키로 돼있는 '각료들에 대한 임명권' 까지 대통령이 제한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간의 협약이 헌법과 모순될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가 최고권력이 사실상 양분되는 어정쩡한 권력구조가 내각제개헌 시점까지 '2년3개월' 가량 지속된다고 봐야한다는 지적이 당연한 것이다.

정권 교체와 내각제 개헌이라는 명분이 왜소하게 보이는건 이런 요인들 때문이다.

협상팀의 자민련측 간사인 이양희 (李良熙) 의원은 "처음부터 이런 조항이 있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조항의 존재와 협상소위에서의 삭제과정을 증언하는 의원들은 양당에 많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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