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와 대질한 뉴욕 식당 주인의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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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21, 22일 이틀에 걸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때문이다. 검찰은 이틀간 소환한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이 혐의를 부인해 박 회장과 대질신문을 했다”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비밀 병기’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K씨다. 그는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했던 사람이다. 뉴욕에서 이 의원에게 박 회장의 돈 수만 달러를 대신 건네줬다는 인물로 검찰에 지목됐다.

검찰은 이 의원이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자 22일 K씨와의 대질신문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 의원은 K씨를 앞에 두고 끝까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씨는 박 회장의 부탁으로 뉴욕에서 이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 의원과 악수했을 때 그의 오른손 검지 마디 하나가 잘려 있는 특징까지 생생하게 묘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24일 K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에서 뉴욕에서의 금품 수수 혐의 사실을 추가로 적시했다.

뉴욕 교민사회에 따르면 K씨는 1980년대 뉴욕 한인회 이사장을 맡았던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소개로 박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운영하는 한국 식당은 뉴욕에서 꼭 들러야 할 명소로 소문이 났다. 뉴욕을 방문한 정치인도 그 식당을 찾았고 K씨는 그들을 위해 골프장 예약도 해 주면서 고국 정치인들과 자연스럽게 사귀게 됐다고 한다. K씨 본인은 한나라당 성향이지만 박 회장을 통해 지난 정권 인사들과도 안면을 텄다. 박 회장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귀국한 K씨는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고 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검찰은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K씨의 식당에서 박 회장 측이 건넨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함께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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