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매장 추정지역 아파트 공사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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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옛 뤼순(旅順) 감옥 뒤 야산에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지역은 지난해 3∼5월 한국과 중국 측이 공동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했던 곳이다. 그러나 성과 없이 끝나면서 아파트 공사를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사라지자,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대형 크레인들이 동원됐고, 수천 평의 대지는 원형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파헤쳐져 있었다. 공사 현장 관계자는 “이르면 연말에 12층짜리와 5층짜리 수백 가구가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일대는 뤼순 감옥에서 처형된 죄수들의 묘지가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2007년 10월 아파트 공사가 갑자기 시작됐다. 안중근 의사 유해 매장 추정지가 포함된 이곳이 영원히 땅속에 묻힐 다급한 상황이었다. 당시 국가보훈처 등 한국 정부가 중국 측에 협조를 구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아파트 공사를 잠정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국가보훈처는 안 의사가 순국할 당시 뤼순 감옥 소장이던 일본인의 딸 이마이 후사코(작고)가 재일 학자인 최서면 국제한국원장 등에게 공개한 2장의 사진을 기초로 발굴 대상지를 찾았다. 여러 정황과 증거 자료를 종합해 안 의사의 유해가 뤼순 감옥 뒷산의 북위 38도49분3초, 동경 121도15분43초 지점에 묻혔을 것으로 압축됐다.

한국의 민·관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유해발굴조사단이 물리탐사기·금속탐지기와 DNA 감식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해 유해 찾기에 나섰다. 2개월간 6600여㎡를 뒤졌지만, 인골은 나오지 않았다.

뤼순=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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