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다음은? … 떨고 있는 ‘박연차 주무대’ PK 의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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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검찰의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본격적인 정치권 수사의 신호탄이다.

검찰은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전까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 대상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을 가급적 많이 부를 계획이다. 우선 의원 3∼4명을 이번 주 중 조사하기 위해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임시국회 기간이라도 일정을 조정해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현직 의원에 대해선 예우를 갖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떨게 하는 ‘박연차 리스트’=지난해 말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일명 ‘박연차 리스트’가 부각됐다. 주로 언론보도를 통해 현역 국회의원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 박 회장의 주요 활동무대인 부산·경남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리스트에 거론된 의원들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최철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회장 측근인 정모씨에게서 7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 의원은 “2005년 박 회장 측으로부터 전세보증금 공탁을 위해 7000만원을 수표로 빌린 뒤 2007년 이자를 더해 갚았다. 불법 정치자금은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박 회장과 골프 회동을 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의원은 “2006년 합법적으로 받은 500만원 이외 다른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당 의원들도 거론됐다.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은 자신의 이름이 ‘박연차 리스트’에 있다는 의혹에 대해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10년 가까이 (박연차 회장을) 만난 일이 없고 후원금도 받은 적이 없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도 해명자료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포함한 어떤 명목으로도 단 한 푼의 돈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도 높은 정치권 수사를 위해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 집무실 금고에 현금 3억원이 들어가는지를 직접 확인도 했다. 은행에서 현금 3억원을 빌려 경남 김해시 태광실업 회장 집무실의 금고에 직접 넣어봤다고 한다. “회장이 개인 돈 3억~5억원씩을 현금으로 보관한다”는 태광실업 관계자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박 회장과 정치권 인연=박 회장은 여야를 넘나들며 정치권과 깊숙한 인연을 맺었다. 그는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지냈으며, 정계 은퇴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개인연구소 설립 비용도 대줬다. 2006년엔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의 부탁으로 이광재·서갑원·이화영 등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여 명에게 300만~500만원씩을 후원한 적도 있다. 자기 이름 대신 아내와 태광실업 임원 명의를 사용했다. 한 해 정치인 한 명에게 최고 500만원까지 정치자금을 낼 수 있도록 한 법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2007년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한 뒤 박 회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돈을 받은 의원들과 김 전 지사는 조사를 받지 않았다. 박 회장이 돈을 준 사실을 인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당시 의원들은 박씨가 보낸 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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