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28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승부수다. 지금까지의 추경 기록(1998년 13조9000억원)을 단숨에 깬 사상 최대 규모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右)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진식 경제수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올해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만은 막기 위해 물량 공세를 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성장률을 1.5%포인트 정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규제 완화와 민간 투자 확대 효과까지 감안하면 성장률을 2%포인트 정도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증현 장관이 지난달 취임 당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2% 였다. 추경과 규제 완화가 제대로만 먹히면 마이너스 성장은 피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떨어뜨렸다. 윤 장관이 -2% 성장을 예상했던 지난달만 해도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가 0.5%였는데, 최근 IMF는 -0.5~-1%로 낮췄다. 대외 의존형인 우리 경제로선 어려움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성장률 급락에 제동을 거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용지표 자체는 일시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자리 추경’이란 이름처럼 이번 추경은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공공근로 일자리 40만 개 등 정부가 직접 만드는 일자리만 55만 개(연간 28만 개)에 달하고,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 지원을 받는 일자리가 22만 개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추산한다. 수출·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4만~7만 개의 일자리를 간접적으로 만들어 내는 효과도 있다.
이는 2월 말 공식 실업자만 100만 명에 육박하는 고용 시장의 ‘일자리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추경으로 만드는 일자리 대부분이 4~8개월짜리 단기·임시직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급한 대로 경제위기가 지나갈 때까지 취약 계층이 쓰러지지 않도록 나랏돈으로 지원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재정에는 상당한 부담이 생겼다. 정부는 빚을 더 내기로 했다. 적자 국채를 17조2000억원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국가 부채는 366조9000억원으로 증가한다. 통계청이 추계한 올해 전체 인구(4876만6000명)로 나눠 보면 1인당 753만원꼴의 빚을 지는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중은 38.5%에 달하게 된다. 각종 재정지표는 외환위기 때보다 나빠진다. 재정(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 대상 수지)적자는 GDP의 5.4%인 51조6000억원에 달해 1999년(5.1%)보다 더 커진다.
윤 장관은 2차 추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돈을 쏟아붓고도 경기 흐름을 바꿔놓지 못한다면 또 다시 빚을 내 대규모 추경을 하기란 쉽지 않다.
당장 이번 추경만 해도 민주당은 세수 결손분 11조원에 대해 빚을 내지 말고 감세를 연기해 메워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상렬·최현철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