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왜 500선 무너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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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일 바닥을 모른채 떨어지고 있는 주가가 마침내 종합주가지수 5백선 이하로 내려가 증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폭락세가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이른바 '심리적 공황' 상태에서 빚어졌다며 종래의 주가분석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증권사 연구소의 차트분석에 따르면 450선을 바닥으로 보고 있으나 이것 역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폭락행진에 불을 지핀 것은 뭐니뭐니 해도 외국인들이다.

국내 경제에 대한 불신감이 깊어지고 있는 터에 동남아 금융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겹침에 따라 외국인들이 이달들어 무차별 매도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금융위기가 북상, 홍콩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미국.영국계 자금들이 빠져나가면서 아시아 증시 투자비중을 대폭 줄임에 따라 한국 증시에 그 여파가 미쳤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주식을 팔면 일단 현찰로 가지고 있다가 다시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매각 즉시 아예 돈을 빼내가고 있다.

당분간 한국 주식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8월초만 하더라도 외국인들의 주식보유 규모는 13조2천억원 정도였으나 지난 27일 현재 12조2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매도에 치중하면서 보유규모를 1조원이나 축소시킨 것이다.

이달들어서만 순매도액이 무려 7천억원에 이른다. 증시내부의 수급 (需給) 메커니즘도 주가폭락 배경의 일단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식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은 고객예탁금이 연초 3조3천억원에서 지금은 2조5천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반면 투자자들이 증권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융자 잔고는 3조1천억원에 이른다.

시장에 외상잔고만 잔뜩 늘어나고 돈은 빠져나가니 시장상황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더구나 주가가 폭락하면서 신용계좌에서 담보부족 현상이 속출하고 증권사가 채권회수를 위해 반대매매에 나서 다시 주가폭락을 부르는 악순화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주식매입 대금의 60%를 융자해주면서 담보유지 (주식가치 대비 융자금) 비율이 1백%를 밑돌면 채권회수에 들어가는데, 이 경우 하한가로 반대매매를 하기 때문에 시장엔 상당한 매물부담을 주게된다.

27일 현재 담보부족 신용계좌는 1만3천개로 이달초의 2천3백개보다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증시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최근에 떠난 외국인들은 2~3년안에 한국 증시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기업들의 수익이 이 기간중에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물론 국내경제는 거시지표상 호전되고 있는 추세이나 외국인들은 이를 별로 믿지 않는다.

증시 관계자들은 "대선을 앞둔 정국불안, 국내기업및 금융기관들의 부실화 사태, 세계증시 동반하락 현상등 어느 것 하나 예측가능한게 없다" 며 "무엇보다 이런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걷혀야 증시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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