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증시이탈 당분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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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외국인투자자들이 마땅한 환차손 회피수단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앞으로도 당분간 출혈을 감수하고 국내주식 매도우위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시아증시에서 큰 비중을 점하는 미국 모건스탠리등 상당수 외국기관들이 아시아지역 투자비중을 낮추라고 권고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시장에 대해서도 환차손을 덜기 위해 주식보유 비중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국계증권사의 고위관계자는 "대부분 외국기관의 본사들이 투자펀드 수익률에 신경쓰지 말고 한국시장의 주식보유비중을 무조건 줄여 투자포지션을 달러로 바꾸도록 최근 지시한 것으로 안다" 면서 "당장 매도주문이 나와 있는 물량만 어림잡아 2억달러 (약 2천억원)에 달한다" 고 추산했다.

환차손을 덜려는 이러한 주식매도공세가 지속될 경우 환전으로 인한 원화환율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외국인매도→환율상승→외국인매도의 악순환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날 외국인들은 주식시장에서 3백74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해 월요일 치곤 높은 매도우위를 나타냈고, 적어도 향후 며칠간 더 큰 폭의 매도주문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정부가 27일 원화가치 방어의지를 천명한데 이어 다음달 3일 외국인주식투자 한도확대가 예정돼 있어 금주가 외국인 증시이탈분위기 반전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들은 최근 헐값의 주식매도로 인한 손실을 국내 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만회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승일·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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