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외국인 투매로 '쓴경험'…과감한 금융정책으로 안정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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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도 지난해 외국인 투매현상으로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엔화.주식을 팔아치우고 떠나면서 7월1일 2만3천엔대를 육박하던 닛케이 평균주가는 두달만에 15% 가까이 폭락했고, 엔시세도 8월1일 달러당 1백6엔에서 9월말에는 1백12엔으로 6%나 떨어졌다.

요즘의 한국과 유사한 모습이다.

2천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나 1천2백조엔 (8천7백조원) 을 웃도는 일본의 개인금융자산도 외국인의 발길을 잡지 못했다.

95년부터 96년 6월말까지 외국인 투자가들은 1억5천만주의 일본주식을 순매수해 전체 주식의 10.5%를 보유, 주식시장을 떠받쳐온 기둥이었다.

그러나 7월 한달동안 1천78억엔어치, 8월에는 1천1백84억엔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투매는 두가지 원인 때문이었다.

95년 달러당 79엔대까지 치솟았던 엔화는 불과 1년만에 1백10엔대로 30% 이상 떨어졌고 이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엄청난 환차손을 안겨줬다.

게다가 당시 미국시장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다.

외국인의 불만은 일본시장의 불투명성에도 있었다.

최대 현안이던 불량채권 문제는 계속 표류하고 대장성은 불량채권의 규모조차 밝히지 않았다.

여기에다 다이와은행에 이어 스미토모금속이 런던시장에서 동 (銅) 부정거래로 거액의 손실을 일으키자 외국인 투자가들은 "고질적인 일본식 거래관행에 질려버렸다" 며 손을 털었다.

외국인이 떠나면서 국내기관들마저 자국시장을 외면, 호주.뉴질랜드 채권 매입등에 열을 올렸고 일본국민들도 초저금리와 엔약세를 피해 두달동안 무려 3조엔을 해외 금융상품 쪽으로 도피시켰다.

요즘 같은 개방시대에 외국인 투매에 걸리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 투자가들은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가.환율이 일정비율 이상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매도물량을 내놓는 '프로그래밍 매매' 시스템을 짜놓고 있기 대문에 일단 매도에 들어가면 그저 쳐다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과거와 같은 주가부양책이나 환율 조작등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치료에 나섰다.

첫째가 불량채권의 해결이 없다.

특히 외국 투자가들은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가.환율이 일정비율 이상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매도물량을 내놓는 '프로그래밍 매매' 시스템을 짜놓고 있기 대문에 일단 매도에 들어가면 그저 쳐다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일본정부는 과거와 같은 주가부양책이나 환율 조작등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치료에 나섰다.

첫째가 불량채권의 해결이었다.

부실의 온상인 주택금융전문회사 (住專) 을 도산시켜버리고 그 책임을 모기업이던 은행들에 떠안겨 '불량채권은 정부가 앞장서 해결한다' 는 메시지를 외국인들에게 분명히 전했다.

둘째가 개혁을 통한 투명성 확보였다.

일본 정치권이 앞장서 금융개혁.재정개혁에 나섰고 일본판 '빅 뱅' 을 선언했다.

또 시장원리 정착을 보여주기 위해 자동차업계 5위 마쓰다의 경영권을 포드자동차에 매각했고 일본채권신용은행등 부실금융기관들은 외국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일본이 국제 규범에 맞는 새로운 시장으로 탈바꿈한다는 신호였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석달만에 외국인 투자가들은 다시 도쿄 (東京) 시장에 되돌아왔다.

그후 증권회사들의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고 '빅 뱅' 이 지지부진하면서 도쿄증시는 예전과 같은 활력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아시아에선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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