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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끄는 롤렉스 예술 지원 프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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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66.(右))와 라이프치히 출신의 젊은 작가 마티아스 바이셔(31)가 런던의 한 화랑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가장 이상적인 예술 교육방법은 도제식(徒弟式) 교육이다. 스승과 제자가 무릎을 맞대고 앉아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내용 못지 않게 스승을 통해 접하게 되는 예술계의 인적 네트워크도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인 명성의 거장이 자신을 1년만이라도 '유일한 제자'로 맞아들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꿈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 음악.연극 등 6개 분야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활동 중인 연극 연출가 라라 푸트 뉴턴(36)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 롤렉스 본사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셰익스피어 연극에 관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국 연극계의 거장 피터 홀 경(73)과 1년간 도제식 수업의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누가 자기를 추천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롤렉스 멘토 앤 프로테제 아트 이니셔티브(RMPAI) 프로그램의 2기생으로 선발된 것이다.

뉴턴은 앞으로 1년간 2만5000달러(약 3000만원)의 장학금을 받으면서 피터 홀 경이 있는 런던으로 가서 30일간 공동 작업을 통해 도제식 교육을 받게 된다. 물론 항공료.숙박비는 별도다. 스승인 피터 홀 경에게는 연간 5000달러(약 6000만원)의 강사료가 따로 지급된다. 스승과 제자로 만난 이들 파트너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간을 함께 보낼지는 당사자들이 결정한다.

1년간 세계적 거장들과 함께 호흡할 젊은 예술가들은 뉴턴 말고도 여럿이다. 콜롬비아 작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앙헬(31)은 페루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로사(68)를, 캐나다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수전 플라츠(31)는 미국 출신의 흑인 소프라노 제시 노먼(60)을, 태국의 영화감독 아디탸 아사라트(32)는 '몬순 웨딩'(2001)으로 유명한 인도 감독 미라 네어(46)를 각각 사사한다. 또 독일 라이프치히 출신의 화가 마티아스 바이셔(31)는 사진.회화.판화.무대디자인 등에서 전방위로 활약 중인 영국 출신의 데이비드 호크니(66), 이디오피아 출신의 현대 무용수 겸 안무가 윤이드 예말 센디(20)는 일본 출신의 안무가 데시가와라 사부로(60)에게서 예술창조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제자는 물론 스승을 선발하는 과정도 복잡하다. 스페인 출신의 영화감독 카를로스 사우라, 지휘자 네빌 마리너 등 15명의 자문단이 스승들을 선발하고, 제자 후보군을 선발하는 지정 패널들이 비밀리에 추천한 명단 중에서 한 명씩을 고르는 식이다. 2기 과정에서 스승으로 참가한 소프라노 제시 노먼은 1기 과정의 자문위원 출신이다.

*** 장학금 등 예산 12억원

◇RMPAI=스위스의 시계 제조회사인 롤렉스사가 2002년 6월에 시작한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 음악.연극.미술.무용.영화.문학 등 6개 부문이 대상이다. 예술상을 제정해 상금을 지원하는 메세나 방식보다 훨씬 정교해 성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MPAI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100만달러(약 12억원). 준비.선발과 실제 교육에 차례로 1년씩 소요된다. (http://rolexmentorprotege.com)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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