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후순위채 발행 즉시 '매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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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하는 후순위채가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후순위채는 만기 이전에 은행이 도산할 경우 예금.일반 채권 등 선순위채권 다음으로 원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하나은행이 24일 발행한 10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는 사전 예약을 전혀 받지 않았는데도 첫날 600억원가량이 판매됐다. 이 은행 가계금융부 정재훈 과장은 "당초 30일까지 판매하기로 했으나 25일 오전이면 모두 소화될 전망"이라며 "일부 고객은 기존 예금을 중도해지해 가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이 파는 후순위채는 만기가 5년9개월이며 연 실효수익률이 5.36%다.

조흥은행은 지난 14일 만기 5년9개월짜리 후순위채 1500억원어치를 내놔 3분 만에 모두 팔았다. 사전 예약을 받은 데다 표면금리가 1개월 이표채는 연 5.46%, 3개월 이표채는 5.49%로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되는 외화표시 후순위채도 잇따라 발행되고 있다.

농협은 지난 17일 만기 10년짜리 외화 후순위채 2억5000만달러를 연 5.75%의 금리로 발행했다. 기업은행도 지난 8일 만기 10년7개월인 2억달러 규모를 연 5.8%의 고정금리로 발행해 모두 판매했다.

후순위채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실세금리가 워낙 낮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행되고 있는 후순위채는 금리가 연 4%대 중후반인 국공채보다 0.7~1%포인트 높다. 1개월 또는 3개월마다 꼬박꼬박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 금리 상승 등의 변수가 있어 후순위채를 '저위험 고수익 투자자산'으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채권평가 김신근 평가팀장은 "만기가 워낙 길어 발행기관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투자 원금을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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