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생활 10년째 여자레슬러 정현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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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여자 프로레슬러 정현숙 (32) 씨. 선수생활 10년째를 맞는 그녀의 생활은 팍팍하다.

오전에는 체육관으로 나가 운동을 하고 오후엔 자신이 경영하는 화장품점에서 생업을 돌본다.

지겹게도 들었지만 지금도 반복되는 한마디. '여자가 웬 레슬링이람 - .' 남들보다 튼튼한 골격을 타고 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즐겼다.

중학교 때부터는 합기도를 연마했는데 막상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막막했다.

딱히 익혀둔 기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친구를 따라 간 곳은 레슬링 도장. 무턱대고 자신감이 생겼다.

입문을 위한 수련과정은 힘들었다.

선배들과 돌아가며 1대1로 맞붙어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하는 스파링은 특히 어려웠다.

상대의 공격에 꺾이고 졸리고 꼬꾸라지면서도 버텨내야 했다.

이러한 훈련과정은 지금도 똑같이 반복된다.

정씨가 첫 경기를 치른 것은 87년. 입문 1년만이었다.

뭘 어떻게 했는지 기억 나지도 않는데 결과는 패배였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잠시동안의 여자 한국챔피언 시절엔 팬레터도 쏟아졌다.

하지만 한때 20여명에 달했던 여자 선수층은 차츰 얇아졌다.

선배들은 결혼등을 이유로 링을 떠났고 새로 입문하는 젊은 선수는 아예 없었다.

지금 남은 동료 여자선수라곤 비슷한 또래의 이희승.옥인자씨뿐이다.

그러니 신이 나지 않는다.

몸도 예전같지 않다.

전성기 때는 이틀에 한번씩 경기를 해도 링 위에선 힘이 솟았건만 이젠 한달에 두번만 링에 오르는데도 힘이 부친다.

그녀는 오늘도 이를 앙다물고 연습에 임한다.

팬들에게 자신의 멋진 드롭킥을 보여줄 소박한 희망을 안고…. 하지만 내후년 결혼과 함께 은퇴를 하면 누가 이 자리를 지키게 될까. 문득 쓸쓸함이 밀려온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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