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자금확보 안간힘…자사주 팔고 비상장지분도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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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기업들이 부도를 면하기위해 치열한 자금 확보전을 벌이고있는 가운데 자금난 탈출을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잇단 부도여파로 금융권이 움츠려들면서 기업들에게 돈이 제대로 돌지않자 기업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팔아치우거나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기상천외한 경영기법들을 죄다 쓰고있다.

우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위해 '피같은' 자기 회사 주식을 시장에 내다파는 회사가 늘고 있다.

올들어 9월말 현재 자사주 매각실적만도 이건산업.상림.화승화학등 30개사의 2백68만주 (증권감독원 집계) 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백74%이상 증가했다.

또 향후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싸라기' 자산이지만 현금확보가 급하다보니 개인휴대통신 (PCS).주파수공용통신 (TRS).CATV등 정보통신 관련 각종 컨소시엄에 출자했던 비상장 지분까지 매각하는 회사들도 줄줄이 나타나고있다.

쌍용제지가 최근 한솔 PCS 주식 86만여주를, 신흥이 서초종합유선방송 주식 19만여주를 처분키로하는등 주식 장외시장은 물론 사채시장에까지 이들 매물이 끊이지않고있다.

심지어 경영권방어를 위해 가입했던 자사주펀드까지 중도에 해지해 한푼이라도 수중에 돈을 확보하려는 기업도 늘어 올들어 현재까지 해지규모만도 15개사, 8백67억원 (증권거래소 집계)에 달했다.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발행비용이나 보증비용을 조금이라도 건지기위해 금리변동에 따라 회사채를 발행 즉시 사들이거나 (리턴) 되파는 (역리턴) 사례도 있다.

종금사등 제2금융권의 중개를 통해 기업어음등을 은행권에 할인받는 속칭 '쿠션거래' 등을 통해 은행권 자금을 파고들거나 국제금융시장에서 보유자산을 담보로 맡겨 자금을 조달하는 환매조건부 거래에까지 손을 뻗는 기업들도 있다.

호황기인 94.95년에 시설투자를 많이 했던 기업들은 올해 비용처리금액을 조금이라도 줄이기위해 감가상각방식을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바꾸는등 회계방식마저 변경하고 있다.

또 자산이 많은 기업들은 자산재평가를 통해 담보력을 높여 신용을 올리는데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배당금부담이 있는 무상증자나 계열사에 대한 빚보증.담보제공을 지난해보다 30~60%씩 줄이거나 광고비도 전년보다 감축해 나가는등 '마른 수건 짜기' 식으로 각종 지출을 한푼이라도 아끼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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