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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스톡옵션 ‘역풍에 스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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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이 경영진에 스톡옵션을 부여해 논란이 일자 신한금융지주 임직원들이 이를 모두 반납하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2일 긴급 임원회의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통 분담을 한다는 차원에서 최근 받은 스톡옵션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는 지난 17일 주주총회에서 107명의 임직원에게 61만여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키로 했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임직원에게 자사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도록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신입 행원의 초임을 삭감하고, 기존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깎는 방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더구나 은행들은 지난해 외채에 대한 정부의 보증을 받은 데다 자본확충펀드의 지원까지 이뤄질 예정이어서 스톡옵션 부여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시중은행들의 과도한 스톡옵션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를 제외하고 임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공시한 은행이나 금융지주사는 두 곳이다. 외환은행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본부장급 이상 14명에게 49만 주를 주기로 했다. 또 KB금융지주는 임원 보수 한도를 50억원으로 하고, 경영 성과를 내면 회사가 매입해 지급하는 주식의 한도를 25만 주로 정하는 의안을 27일 주총에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신한지주가 반납을 결정하면서 이들 은행도 스톡옵션 부여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이므로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며 “경영 성적과는 무관하게 상당액의 차익을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지난해 4~5월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측은 “줄 수 있는 주식의 한도만 정했을 뿐 개별 임원에게 얼마나 부여할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스톡옵션은 매년 단기 실적 평가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이나 보너스와는 달리 장기적인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금감원은 단기 평가를 근거로 한 보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장기적인 성과 평가에 따라 보상을 하는 쪽으로 유도해 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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