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의 벼랑끝 승부수…여대표·선대위원장 '4인4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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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회창신한국당총재의 벼랑끝 승부수에 대해 이한동 (李漢東) 대표와 김윤환 (金潤煥).김덕룡 (金德龍).박찬종 (朴燦鍾) 선대위원장의 입장은 4인 (人) 4색 (色) 으로 엇갈리고 있다.

불가피했다는 김윤환위원장, 중립선회의 이한동대표, 불만만 표시중인 박찬종위원장, 반발의 내부강도가 가장 강해 향후 행보를 예측키 어려운 김덕룡위원장으로 나뉜 것이다.

그래서 李총재는 23일 오전 이들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공개토론을 하면 이뤄질 수 없는 사안이라 아침까지 고심했다" 며 "사전에 알리지 못한 것은 잘못됐다" 고 사과했다.

그러나 朴위원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당이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 비판했다.

비공개 회의후 문을 나선 김덕룡위원장의 안색에는 얼핏 노기가 서려 있었다.

김윤환위원장은 직후 "이젠 당의 흐트러진 체계를 정리해 수습해야 한다" 며 '정리' 쪽에 무게를 두어 강조했다.

비주류에 대한 최후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뽑은 후보를 교체하면 국민이 당을 버릴 것" 이라며 '후보교체론' 에도 직격탄을 가했다.

그는 특히 "당총재에게 수사유보의 사전 통보조차 없었다면 李총재는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 고 李총재의 명분에도 힘을 실어 주었다.

전날만 해도 "절차.시기.과정상 문제가 있었다" 며 비판조였던 李대표는 이날 "약속이 있다" 는 이유로 당사를 떠나 함구에 들어갔다.

당을 추슬러야 할 대표 입장에서 당분간 중립을 지키며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는 측근.보좌진들에게도 '절대 함구령' 을 내렸다.

朴위원장은 李총재를 향해 "후보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무엇보다 李총재 두아들의 병역등 총재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 이라며 "집권당이 권력암투.내분의 모습으로 불안하게 보이는 것은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고 비판했다.

그는 "이 상황에선 선거운동을 할 때가 못된다" 며 선대위원장활동을 모두 중단했다.

김덕룡위원장은 "우리당의 지상과제인 정권재창출을 위해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많은 분과 의논하겠다" 고 말했다.

金위원장은 특히 "수사유보가 청와대 지시라는 판단에는 李총재와 나의 견해차이가 있다" 고 말했다.

李총재 중심의 정권재창출 참여여부에도 그는 "특정인.특정계파의 이익이 우선될 수 없다" 고 잘라 말했다.

한 측근은 "이미 마음이 떠난 듯하다" 고 그의 심경을 전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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