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서도 '열린 교육' 확산…초등생 학력평가서 '성과'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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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개별학습 시간이라며 혼자서 학습지를 풀고 책을 읽거나 때로는 과중한 과제물 해결을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 열린교육 수업방식이 기존의 주입식 교육만큼 기초학력을 높여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 평소 주입식 교육에 불만을 품고있는 초등학교 1, 5학년 두자녀를 둔 주부 K모 (40.서울은평구) 씨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고려하고 아동 중심으로 배우게 한다는 열린교육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열린교육이 기초학력을 제대로 쌓아줄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고 털어 놓는다.

주부 C모 (38.서울동대문구) 씨도 열린교육이 좋다해도 아직도 주입식 수업이나 시험위주 평가를 못 벗어나는 중학교에 들어가 제대로 해 낼 수 없을까봐 6학년 큰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런 우려가 가시지 않는 것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진 학부모의 불안감을 잠재울 만큼 열린교육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열린교육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 교수방법등이 미흡한 '부실한 열린교육' 이 학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 열린교육의 효과에 대한 공신력있는 긍정적인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열린교육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교육 부문에서 전국 최우수 교육청으로 뽑힌 부산시교육청의 평가 보고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시교육청은 지역여건.학교규모등이 비슷한 초등학교 12개교 (시범.비시범 각각 6곳) 를 대상으로 각각 지난 7월에는 3학년이상 1학급씩을, 지난달에는 4학년 이상 1학급씩을 각각 선정해 국어.수학 능력을 평가.비교했다.

평가에서는 사고력.문제해결력 중심으로 고등정신 능력을 측정하기하기 위해 국립교육평가원이 출제한 전국학업성취도 평가문제를 사용했다.

분석결과 시범학교의 국어 평균점수는 1, 2차에서 각각 73.6, 76.7점으로 비시범학교의 평균점수 67.2, 72점보다 각각 6.4, 4.7점 높았다.

수학에서 점수차는 더욱 두드러졌다.

1차에서 시범학교의 평균점수는 68.8, 72.6점으로 비시범학교의 58.4, 66.6점보다 무려 10.4, 6점이 높게 나타났다.

또 특기할 점은 암기력를 요구하는 객관식 문항에서는 이들 학교간에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국어의 독해력.작문력등과 수학의 응용력.종합문제 해결력을 측정하는 주관식 문항에서는 시범학교의 성취 수준이 훨씬 우월했다.

부산시교육청 김신경 (金辛耿) 장학사는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 개별과제와 다양한 선택과제를 학습하는 열린수업이 학생들의 기초학업 능력 향상에 반영됐다" 고 분석한다.

덕성여대 이용숙 (李容淑) 교수는 "열린교육이 제대로만 된다면 학습동기 유발은 물론 사고력.창의력등이 발달, 기초학습능력은 자연히 높아진다" 며 "이제 충실한 열린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사.교장.학부모의 의식 전환과 여건 마련을 위한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강양원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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