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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사랑과 전쟁’전현미 작가의 발칙한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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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지난 1년 동안‘방송보다 더 재미있는 부부열전’ ‘남자 대 여자’를 연재했던 전현미 작가. 그녀가 결혼과 여행이라는 감각적인 주제로『나쁜 싱글』(중앙m&b)을 발간했다.

드라마‘사랑과 전쟁’작가로 일하며 결혼은 전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체험한 그녀의 결혼, 연애 그리고 여행에 관한 쫄깃한 수다.

누구나 달콤한 결혼을 꿈꾸지만 정작 결혼은 현실이고 전쟁이다. KBS 드라마‘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구성작가로 6년 동안 활동해온 전현미작가는 서른 살 싱글이지만 전쟁 같은 결혼에 대해 그 누구보다 많은 체험을 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년 동 안『프리미엄 여성중앙』지면을 통해 방송에서 못다 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고, 3월에는 결혼과 여행이라는 감각적인 주제를 묶어『나쁜 싱글』이라는 책을 발간한다. 결혼에 대한 설렘과 동경, 낯섦과 두려움을 여행에 빗대어 풀어낸 것. 여행처럼 결혼하고 싶다는 전현미 작가의 결혼과 연애에 관한 독특한 발상.


‘사랑과 전쟁’을 하면서 결혼이 더하고 싶어졌어요…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을 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개씩 얼굴 모르는 사람들의 글을 읽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회의 때마다 ‘오늘은 누구와 누굴 무슨 문제로 이혼시킬까’를 고민했죠. 제 귀는 남의 집싸움사에 활짝 열려있고, 눈은 더욱 자극적인 싸움 장면을 찾고 있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그만둔 지금도 길거리를 가다 싸우는 연인을 볼 때나 아파트 창문 밖을 넘어오는 부부 싸움 소리를 들을 때면 저들 은무슨이유로싸울까하고귀를쫑긋거리게되죠.

‘사랑과 전쟁’을 할 때의 일이에요. 잡지사 인터뷰를 하는데 인터뷰를 끝낸 기자가 이렇게 묻더라고요. “부부의 전쟁을 너무 많이 봐서 결혼은 하기 싫겠어요?” 제 대답은“아니요, 너무 하고 싶어요.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것 같아요”였어요. 저는 이미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졌고, 환상이 없으니 실망도 적을 거라고 생각했죠(웃음). 결혼해서 행복한 사람들의 얘기도 좋지만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얘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요. 그들의 얘기 속엔 어떤 결혼은 하면 안되는지, 결혼해서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에요.

왜 신혼쇼핑, 신혼 등산이 아닌, 신혼여행을 갈까요…

이번에 발간한『나쁜 싱글』은 결혼을 여행과 엮어서 풀어낸 책이에요.

‘여행과 결혼’이라고 포스트 잇에 써서 떡하니 컴퓨터에 붙여놓고 보니 쓸 말이 마구마구 떠올랐어요. 결혼식 막 끝낸 남자와 여자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신혼 등산도 아니고, 신혼 쇼핑도 아니고, 신혼 여행이잖아요.

결혼과 여행은 분명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늘 여행을 꿈꾸잖아요. 하지만 여행을 가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죠.

싱글들 역시 결혼을 꿈꾸지만 막상 결혼한 사람들은 싱글로 돌아가고 싶어해요. 늘 마음속으로는‘훌쩍’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주저’하게 되는 여행.

작가 정이현의 소설속 한 표현대로‘삐거덕~ 빼 꼼~ 탁!’언젠가‘삐거덕’하고 열린 문틈 사이로 ‘빼꼼’ 내다보지만 이내 두려움 때문에 다시 문을 ‘탁’닫게 만드는‘결혼’. 이 둘은 서로 다른 듯 하다 아주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서 일상을 즐기지 못하고 여행 중일 때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

사람들 대부분이 선 안에서는 선 밖을 넘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선을 밟는 거죠. 그건 사람들이 끊임없이 선을 의식하고 살기 때문이에요. 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이야말로 일상을, 여행을, 싱글을, 결혼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결혼도 여행처럼 할 수 있다면…

떠나고 싶으면 떠나고,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루트도 내 맘대로, 동행자도 내 맘대로, 같이 여행하다 맘에 안 맞으면 시크하게 바이바이 헤어지고…. 그러다가 또 외로워지면 한 놈 잡아다가 사진도 찍어 달라고 괜히 약한 척 하면서 어깨에 살며시 기대보기도 하고. 그렇게 결혼을 한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막 온몸이 간질간질해지는 느낌…. 여행을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서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위자료 때문에 줄다리기 할 필요도 없고 그냥 거기서 ‘이제 그만,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하면 그만일 텐데요. 아, 연애도 결혼도 여행처럼 할 수는 없을까요.

결혼에 대한결론…

집안일을 아주 잘 도와주는 남편을 둔 아내들은 ‘제발 남편이 집안일은 나에게 맡겨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투덜대고, 시댁형제가 많은 집의 아내들은 형제가 적은 집을, 적은 집의 아내들은 형제가 많은 집을 부러워하게 마련이죠. 대부분의 여자들이 결혼 후에 자신의 남자와 반대되는 남자에 대해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저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 사람의 단점이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인지, 그 사람의 장점은 나의 단점까지도 덮어줄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보고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면 적어도 결혼 여행 중 코 찔찔, 눈물 줄줄 흘리며 ‘나 돌아갈래’를 외칠 일은 없겠죠.

취재_모은희 기자 사진_김현주(studio lamp) 헤어&메이크업_제니하우스(02-512-1563) 장소협조_카페 고희(02-734-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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