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씨 → 이정욱씨 5억 … 노건평씨 통해서 전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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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67·구속)씨가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정치자금을 받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일 “2005년 4·30 재선거 때 불법 정치자금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전날 구속된 이정욱(60)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노씨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시 경남 김해갑 지역구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다. 검찰은 노씨가 선거 자금 전달에 개입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동생인 노 전 대통령이나 당시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관련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는 2005년 4월 20일께 김해시 K호텔 앞에서 라면 박스에 담긴 2억원을 이씨에게 전했다. 선거 이틀 전인 4월 28일엔 여행용 가방에 3억원을 담아서 줬다. 5억원은 모두 박씨가 봉하마을 저수지 부근의 창고에서 노씨를 만나 박스와 가방채로 넘겨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정욱씨와 박연차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라며 “박씨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은 노건평씨”라고 말했다. 검찰은 김해갑 선거구에 전략 공천을 받아 현지 사정에 어두운 이씨가 김해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노씨를 찾아가 자금 지원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이씨에게 선거 자금을 준 뒤 “박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연차씨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광재(44) 민주당 의원을 21일 소환할 예정이다. 다른 현역 정치인 한 명도 이 의원과 함께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박씨에게서 달러 등 약 1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불법 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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