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 발행 릴레이 … 달러 숨통 트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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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주요 기업이 해외 채권 발행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해외 채권 발행을 추진 중인 기업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포스코는 20일 7억 달러(약 9800억원) 규모의 해외채권(만기 5년)을 8.95%의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원료 구매와 국내 설비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포스코 이영훈 재무실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후 아시아 지역에서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은 은행을 제외한 기업 중에서는 포스코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이날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교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한국은행 강순삼 외환분석팀장은 “국내 기업이 차입을 하면 달러가 국내에 들어와 외화자금 시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포스코는 당초 9.25~9.5% 정도에 채권 발행을 추진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8%대의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만큼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발행 금리가 낮아진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포스코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한 해외 300여 개 투자기관으로부터 33억 달러의 주문이 몰렸다. 이는 포스코가 계획한 규모의 4배가 넘는다.

SK텔레콤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에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이 회사 고창국 홍보팀장은 “교환 프리미엄 23%, 발행금리 1.75%의 좋은 조건으로 사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교환프리미엄 23%는 SK텔레콤이 발행한 교환사채의 액면가는 2억7000만 달러인데 향후 주가 상승 등을 기대해 그보다 23% 많은 3억3000만 달러에 투자자가 채권을 인수했다는 뜻이다.

◆채권 발행 계획 줄 이어=기업은행은 5억~1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최근 주간사를 선정했다. 하나은행도 정부 보증을 통해 외화 장기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전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과 달리 채권 발행 자체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며 “금리 조건도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낙관만 하긴 어렵다. 아직은 중장기 차입을 하기 위한 조달 금리가 높은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 박선욱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미국 은행권의 부실이 모두 드러난 것이 아닌 만큼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며 “외채 상환을 위한 달러 수요 때문에 상반기 중엔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염태정·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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