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차이윳 태국총리,사임 초읽기 돌입…경재失政 화살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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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태국의 바트화 폭락과 헤어나기 힘들게 된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화살이 이제 집권 1년이 채 안된 차왈릿 용차이윳 총리에게 향하고 있다.

거듭되는 경제난국에 속수무책으로 위기수습 능력의 한계를 드러낸 차왈릿 총리는 정치권으로부터는 강력한 라이벌에 도전받고 있으며 국민으로부터는 정부 경제시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에 직면하게 됐다.

군 최고사령관을 포함한 군부도 21일 차왈릿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나섬으로써 차왈릿 총리의 사임은 초읽기에 들어간 느낌을 주고 있다.

방콕에서 20일 벌어진 시위는 기업인과 사무직 근로자들에 의해 주도됐다.

이날 시위를 촉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차왈릿 내각이 지난 17일 발표한 석유세 인상조치다.

차왈릿은 연정 제2세력인 찻 팟타나당의 압력에 밀려 석유세 인상조치를 3일만에 번복함으로써 경제침체에 가뜩이나 불만이 많았던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이 과정에서 차왈릿의 석유세 인상 백지화에 항의한 핵심각료 타농 비다야 재무장관이 전격 사임함으로써 차왈릿의 정치적 곤경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차왈릿 정권의 연정세력들도 등을 돌렸다.

태국 6개 연정 지도자들은 지난 19일 회합을 갖고 48명의 각료들이 전면 개각을 위해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 연정 지도자들은 또 차왈릿의 유임이 더이상 불가능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왈릿의 신열망당 (NAP) 사노 티엔통 사무총장도 위기국면 수습을 위해 차왈릿 사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총리 물망에는 연정 제2당인 찻 팟타나당의 차티차이 추나완 당수가 거론되고 있다.

찻 팟타나당은 국민들의 불만을 등에 업고 차왈릿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차왈릿 총리는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차왈릿의 사임을 둘러싼 정국 갈등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경제침체로 악화되고 있는 태국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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