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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KBS '청소년을 위한 열린 음악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지난 19일 오후6시40분부터 KBS - 1TV로 방영된 '정명훈 (鄭明勳) 의 청소년을 위한 열린음악회' 는 KBS교향악단의 반주에다 클래식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열린음악회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매번 반복되는 레퍼토리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이날 안방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을 즐길 수 있어 모처럼 TV보는 재미를 느꼈다.

鄭씨가 '열린음악회' 를 지휘한다고 해서 음악계의 반발도 있었지만 그나마 그가 지휘봉을 잡았기에 이 정도의 프로그램이라도 가능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鄭씨는 국내 체류기간이 짧아 앞으로 매주 방영되는 열린음악회에 고정 출연할 수 없는 실정이다.

'청소년을 위한' 이라는 부제가 이번 공연이 이벤트성 음악회라는 것을 잘 말해준다.

소프라노 김영미.테너 김영환.바리톤 고성현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 오페라 무대를 방불케 하는 웅장한 무대세트와 합창단을 배경으로 들려준 것은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 ,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등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종교음악들. 이밖에 고성현.김영환이 부른 '향수' 나 김영미가 부른 '어머니 마음' '아침의 노래' , 김수환 추기경이 부른 '사랑으로' , 고성현의 '위대한 사랑' 등은 열린음악회의 단골 레퍼토리들인 한국가요.가곡과 이탈리아 칸초네 이번 공연이 '열린음악회' 특유의 구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鄭씨가 '청소년 음악회' 의 프로그램을 종교음악 일색으로 꾸민 까닭을 모르는 시청자들은 퍽 의아해 했을 것이다.

이날 연주된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 비제의 '신의 어린양' , 베르디의 '레퀴엠' 중 '상투스' , 요엘 레비의 '나는 믿네' 등 5곡은 鄭씨가 최근 도이체그라모폰 레이블로 국내 출시한 '세계를 위한 찬송' 에 수록된 곡들이며 바리톤 고성현, 뮤지컬 가수 박칼린은 음반 녹음이 직접 참여한 연주자들이다.

이날 공연의 3분의 1은 지난 8월 프랑스 파리 롱샹경기장에서 '세계 가톨릭 청년대회' 의 일환으로 열린 음악회의 프로그램을 본따 만든 것. 음반에 들어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육성 대신 김수환 추기경를 출연시켜 청소년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방영했다.

또 음악회 시작전 鄭씨의 파리 공연실황을 비디오로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보첼리.정명훈.바르톨리의 얼굴이 선명한 음반 커버를 화면으로 보여준 것은 엄연히 특정회사의 제품에 대한 광고가 아닐 수 없다.

'이벤트성 음반' 의 홍보를 위한 이벤트를 황금시간대에 TV로 중계한 것은 공영방송인 KBS에 어울리지 않는 처사다.

또 청소년에 대한 특별한 배려도 눈에 띄지 않는 프로그램에 굳이 '청소년을 위한' 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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