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투수 8명이면 충분" 해태 자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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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해태 김응룡 감독은 한국시리즈 출장선수 (25명) 명단에 투수를 8명밖에 등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단기전에서는 투수진이 무너질리 없으므로 많은 투수가 필요없다”는 것이었다.

김감독은 “사실 7명의 투수면 충분하지만 1명은 패전처리를 위한 것”이라며 여유까지 보였다.

2차전은 김감독의 이런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이었음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해태는 선발 김상진이 불안해보이자 3회말에 좌완 강태원을 투입한데 이어 4회말에는 이강철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4회초 선취점을 뽑은 해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에 뽑혔던 이강철을 조기 등판시켜 승리를 굳히려는 의도였으나 믿었던 이강철은 김동수에게 좌전안타, 신국환에게 몸맞은 공, 그리고 유지현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를 허용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김감독은 다시 좌완 김정수로 배수진을 쳤으나 김은 2번 대타 노찬엽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는등 2루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해태 불펜에는 더 이상 투입할 소방수가 없었다.

전날 선발등판했던 이대진과 최종마무리 임창용, 그리고 3차전 선발이 예상되는 조계현을 제외하면 남은 투수가 박진철밖에 없었던 것. 결국 김정수를 바꿔주지 못해 5점을 내준 해태는 5회에 마지막 남은 박진철을 투입했고 다시 5점을 내주며 대패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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