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신축한 서울성모병원 중환자·미숙아 이송 대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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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19일 오전 10시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 구관 3층 집중치료실.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가 ‘롱카’(앰뷸런스에 들어가는 환자 운송용 카트)에 실렸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네 명이 일반 침대에 있던 이 환자를 롱카로 옮겼다. 안전하게 자리 잡은 것이 확인되자 이송팀이 롱카를 밀고 복도로 나간다. 의사·간호사로 구성된 이송팀 6명이 롱카 앞뒤에 붙어 “조심, 조심”을 합창한다. 롱카가 병실을 떠나자 무전기로 “4번 환자 떠납니다”라고 알린다.

1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환자 이송 작전이 펼쳐졌다. 의료진이 새 건물 중환자실로 이송된 어린이 환자를 병상으로 옮기고 있다. [안성식 기자]


무전이 떨어지자 환자 이동로에 배치된 4개 팀의 응급상황대비팀, 중환자실 의료진 등 150여 명의 얼굴이 굳어진다. 다른 직원이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다. 롱카는 1층으로, 현관으로 나갔다. 신관 엘리베이터까지 붉은 카펫이 깔려 있다. 롱카의 이동을 돕기 위해서다. 구관 문턱, 신관 가는 도로의 요철에는 부드러운 천이 덮여 있다.

구관 현관을 나선 롱카는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실렸다. 곧이어 롱카는 신관 엘리베이터에 닿았고 10층 새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구관 1층 로비, 신관 1층과 10층 등 네 곳에 배치된 응급상황대비팀도 롱카가 지나갈 때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10층 중환자실에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환자를 조심스레 침대로 옮긴다. 무전으로 “4번 환자 완료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 환자 이송에 걸린 시간은 4분.

이송팀 최경옥 간호팀장은 “이 환자는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어 기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면서 “이동하는 도중 기도의 상태를 계속 지켜봤다”고 말했다. 신관 현관 앞에서 중환자를 기다린 양영은 간호사는 “비가 올 것 같고 기온도 예상보다 떨어져서 앰뷸런스를 입구에 바짝 대어 환자가 절대 비 맞지 않게 했고 두꺼운 보온 담요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오후 4시 서울성모병원에선 중환자 27명의 수송 작전이 벌어졌다. 구관 3층 집중치료실에서 23일 문을 여는 신관 5층(외과·내과 중환자실)과 10층(신경외과 중환자실)으로 환자를 옮겼다. 이동 거리는 300m. 보통 환자 같으면 걸어가거나 휠체어를 타면 되지만 중환자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걷기는커녕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인공호흡기·심장심전도기·영양공급튜브·약물주입튜브, 환자의 상태를 보여주는 바이털 사인(vital sign, 맥박·호흡·체온·혈압 등) 감시기 등 각종 생명 유지 장치가 따라가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대형 사고가 벌어질 수도 있다. 몇 년 전 모 대학병원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중환자 한 명 이동에 3∼4분 걸렸다. 12~15분 간격으로 환자를 옮겼다.

서울성모병원의 중환자 이송 프로젝트는 지난해 8월 시작됐다. 간호사·관리직 등 13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이송 현장을 지켜봤고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자료를 빌렸다. 2월 한 차례, 3월 세 차례 이송 예행 연습을 했다. 동선에 문제가 없는지, 시간은 얼마 걸리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신생아 중환자 이송을 위해 인형에 튜브를 물리고 옮기는 시뮬레이션 연습도 했다. 이 모의실험에서 수송용 보육기(인큐베이터)가 문턱 등에 걸릴 때 튜브가 입에서 빠지는 것이 확인됐다. 그래서 18일 실제 신생아를 이송할 때는 엘리베이터 턱 앞에서 보육기를 들고 기다시피해서 턱을 넘었다. 신생아 중환자는 18분 정도 걸렸다. 신생아 중환자는 대부분 출생 체중이 1㎏ 미만인 극소 미숙아였고 일부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신생아를 옮길 때는 부모들이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병원 측은 한 달 전부터 환자 가족에게 자세한 이송 과정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신생아 중환자실 수간호사 김동연씨는 “환자의 가족들이 처음엔 새 병원으로 옮긴다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담당 교수가 이송에 동참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송 작전을 총괄한 신경외과 전신수 교수는 “이송 도중 심장 정지·경련이나 환자의 바이털 사인이 크게 흔들렸을 때를 대비해 응급처치팀을 두었다”고 말했다.

박태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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