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식당을 찾아가 나 홀로 밥그릇을 대하고 있으면 분명 외롭기는 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외로움을 ‘진짜’ 외로움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혼자 밥을 먹으면 ‘맛’과 ‘끼니’라는 식사의 목적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미식(美食) 차원의 거한 식사를 즐길 때는 재료의 선도, 셰프의 의도와 솜씨, 코스의 구성, 실내 분위기, 서비스, 와인과 음식의 조화 같은 요소들을 더욱 세밀히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셰프와 진지하게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한다. 혼자 밥 먹으면서 보는 신문이 더 집중이 잘 되고, 혼자 밥 먹으면서 바라보는 타인들이 더 생생하게 느껴지지 않던가.
좋아하는 CD 몇 장 챙겨 혼자 여행 떠나듯, 고독이 뚝뚝 떨어지는 식탁 앞에 홀로 앉아 밥 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이것도 요령만 익히면 꽤 즐길 만한 일이다.
① 크고 번듯한 식당을 찾자
분식집에서 대충 후딱 먹어 치울 생각을 버려라. 몇 개 안 되는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앉으면 누가 좋아할까. 이왕이면 매너 좋은 고급 식당이 좋다.
② 기사 식당이 최고다
달리는 시사평론가인 택시 기사들은 맛에 관해서도 달인이다. 또 기사님들은 대부분 혼자 먹는다.
③홀 테이블보다는 바에 앉자
누군가 마주 앉아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도 없으니까 이상해 보이는 거다. 센스 있는 주방장이라면 서비스 음식과 대화를 청할 것이다.
④ 한식보다는 양식이 좋다
한식당에서는 으레 2인용 반찬을 준비한다. 혼자 시켜도 그러니 남기는 민망함이 발생하게 마련. 때로 ‘2인 이상 주문 가능’ 문구는 상처가 된다. 개인주의가 보편화된 서양식 레스토랑이 싱글에게는 바람직하다.
⑤ 휴대전화 만지작거리지 마라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그 시간에 신문이나 책을 읽어라. 생각하는 지식인인 양.
⑥ 단골 식당을 만들어라
일본 영화만 봐도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 단골집이다. 식당에서 주인장 눈치만 안 봐도 목 넘김이 훨씬 매끄러워진다.
⑦주인아주머니를 살펴라
나이가 많든 적든 이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끌리는 법. 물잔 놓는 손길부터 다르다.
⑧ 반주 욕심은 버려라
쓸쓸한 식탁을 위해 술을 시킬 거라면 생각을 바꿔라. 술 한 잔의 양만큼 무기력하고 늙어 보일 뿐이다.
⑨ 여성 고객이 많은 식당을 공략해라
여우를 잡으려면 여우 굴로 들어가야 한다. 또 아는가. 어느 고독한 여우가 혼자 밥을 먹다 당신과 눈이 마주칠지.
송원석 남성잡지 '루엘'기자 wet-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