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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서 발효균만 골라내 냄새없는 청국장 만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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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반 세균은 섭씨 65도에서 30분 정도 있으면 멸균된다. 그러나 청국장의 주요 발효균인 바실러스 계통의 균은 100도 이상에서 40분 정도 끓여야 죽는다. 그만큼 생명력이 질기다.

이 때문에 청국장을 끓여도 발효균의 상당수가 살아 있는 셈이다. 청국장이 건강 식품으로 통하는 데는 발효균이 만들어 놓은 끈적끈적한 점액질 외에 각종 작용을 하는 바실러스 생균을 먹는 덕이 크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냄새에 있다. 아파트 등 공동 주택에서 청국장을 끓였다가는 진동하는 냄새로 곤욕을 치르기 십상이다.

얼마 전부터 냄새가 거의 없는 청국장에 이어 청국장 분말이 나왔다. 최근에는 청국장을 이용한 음료까지 등장했다. 조선이공대 식생활과 나광출 겸임교수와 조정일 교수가 개발한 청국장 음료는 요구르트 유산균처럼 청국장 생균을 음료수로 마실 수 있게 했다.

이처럼 청국장 전성시대를 가능하게 한 것은 청국장 생균을 다루는 기술이 비결이다. 농가에서 청국장을 띄울 때는 삶은 콩을 넣은 항아리에 볏짚을 넣는다. 볏짚에 붙어 있는 바실러스균으로 콩을 발효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볏짚에는 수십종의 잡균이 섞여 있다. 청국장에서 냄새가 지독하게 나는 것은 이 잡균 때문이다.

'청국장 전도사'로 불리는 나광출.조정일 교수와 호서대 생명과학부 김한복 교수 등은 볏짚에서 콩을 청국장으로 발효시키는 바실러스 계통의 새로운 균을 찾아냈다.

바실러스균만을 삶은 콩에 넣어주면 여러 잡균이 함께 섞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면 청국장 특유의 역한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얼마나 청국장을 잘 만드느냐는 이 균에 달려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균주 특허를 내는 것은 기본이다. 바실러스 계열의 균은 200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볏짚으로 콩을 띄울 때는 ㎖당 1000만마리 정도의 바실러스균이 활동하지만, 실험실에서 배양해 청국장 항아리에 집어 넣게 되면 ㎖당 많게는 10억마리가 발효에 나선다. 그래서 청국장이 익는 기간을 통상 3일 정도에서 하루 반나절 정도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나 겸임교수는 "미생물 과학이 청국장을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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