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이스, 저가품으로 재기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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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청바지의 대명사격인 리바이스(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컴퍼니)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할인점 등에서 판매하는 저가 제품을 내놓고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업의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BW) 최근호(28일자)가 보도했다. 진 의류 하나만으로 151년의 전통을 만들어온 리바이스이지만 경영실적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96년 71억달러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 40억달러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96년 이후 전체 직원의 71%인 2만6600명을 줄였으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생산시설도 모두 아시아와 남아메리카로 이전했다. 갚아야할 빚만 22억달러에 이른다. 리바이스가 발행한 무담보 채권의 등급은 거의 정크(쓰레기)본드 수준(CCC)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경영상태가 악화된 것은 의류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BW는 분석했다. 유통경로가 전통적인 백화점에서 할인점 등 신유통 부문으로 이전되고 있는데도 리바이스는 백화점 영업을 고집했다.

패션 트렌드를 따라잡는 데도 실패했다. 리바이스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힙합 스타일 청바지도 뒤늦게 출시했으며, 색상도 전통적인 색깔만 고수해 젊은층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결국 리바이스는 지난해 7월 저가 상품인 '시그너처'를 출시하는 강수를 뒀다. 새로운 마케팅으로 위기를 넘기겠다는 의도와 함께 월마트 등 할인점이나 의류 아웃렛이 지난해 미국 진 의류 매출(124억달러) 가운데 5분의1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시그너처는 상대적으로 싼 원단 등을 사용하고, 크기.스타일.색상도 세 종류뿐이다. TV 등을 통한 광고도 하지 않는다. 결국 이를 통해 리바이스는 한벌당 판매가격을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인 21~23달러로 낮출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에서 올 2월까지 3개월 동안 시그너처는 리바이스 전체 매출을 10% 늘리는데 기여해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BW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리바이스가 시그너처를 계기로 위기 탈출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시그너처가 기존의 고급제품 시장을 갉아먹을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원단을 사용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바이스가 시그너처를 통해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를 잡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BW는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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