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렉슨 류 NSC 국장 임명 … 이란·시리아 핵 확산 저지 담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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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한국계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전문가인 렉슨 류(36)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으로 임명됐다.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17일 “류가 이번 달부터 NSC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이란과 시리아의 핵 문제를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류는 NSC를 책임지고 있는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비확산 담당 책임자를 보좌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국무부 군축 및 비확산 담당 차관 밑에서 비확산 분석관으로 일했다. 이어 리처드 아미티지 당시 국무부 부장관 특보로 활동했다.

류는 볼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볼턴은 류가 정보를 감추고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조치를 하려고 했다.

그런 사실이 유엔대사로 지명된 볼턴의 상원 인준 청문회 때 알려졌고, 볼턴은 인준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부시는 상원의 인준이 필요 없는 휴회 기간을 이용해 볼턴을 대사로 임명했다.

류는 국무부를 떠난 뒤 공화당 척 헤이글 당시 상원의원(은퇴)의 외교보좌관이 됐다. 헤이글은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이라크전을 비판하는 등 민주당과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자격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했을 때 헤이글은 동행했다.

이때 류는 헤이글을 보좌하기 위해 따라갔으며, 이를 계기로 오바마 측과 친해졌다. 당시 여행을 함께한 오바마의 외교정책 보좌관 마크 리퍼트와는 특별한 친분을 쌓았다. 리퍼트는 현재 NSC 비서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류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오바마가 정권인수위원회를 구성했을 때 외교팀에서 활약했다. 오바마가 신임하는 흑인 여성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가 유엔대사로 지명됐을 때엔 상원 인준청문회 준비작업을 도왔다.

헤이글 전 의원은 포린 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류는 현실과 정책의 문제를 국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류는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UC버클리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인 켈리 류는 국무부에서 일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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