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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장세 기대감 솔솔 … 잠자던 돈 깨어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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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돈의 힘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완화되면서 국고채와 MMF 등 안전한 자산에 숨어 있는 시중 자금이 주식·회사채 등 위험이 있는 자산으로 서서히 옮아오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최근 동반 강세를 보이면서 실물에 선행하는 증시가 이미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고비가 많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상태다.

18일 코스피지수는 이틀째 오르며 1169.95로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금융위기 이후 ‘장벽’처럼 여겨져 온 1200선에 다시 접근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한때 4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보통 유동성 장세에서 힘을 받는 은행·증권·건설 등 ‘트로이카주’가 최근 강세를 보이는 것도 시장의 기대치를 높이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가 나타날 조건은 점차 무르익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단기자금 운용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 126조원이 몰리는 등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한때 연 9%까지 치솟았던 신용등급 AA-급 회사채 금리는 6%대로 떨어졌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이 저평가 상태인 데다 경기도 바닥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풀리기 시작하면 2분기에는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팀장은 “신호는 회사채 시장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덜 우량한 회사채(BBB-급)의 경우 여전히 국고채와 금리 차가 8%포인트가 넘는다. 국내 기업의 76%는 BBB급 이하다. 이들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본격적으로 위험자산으로 옮겨가면서, 자금시장의 온기가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퍼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강세만 놓고 보면 약세장 속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일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많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린 데다 최소한 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가 최근 글로벌 증시를 반등시킨 요인”이라며 “하지만 경기 반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동성 버블’에 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적어도 3~4월은 지나봐야 증시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3월 말 미국 GM의 처리 문제, 4월 미국 은행들의 실적 발표 등 변수가 남아 있으며 아직까지는 ‘유동성 기대 랠리’라고 보는 게 적정하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유동성 장세=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장세를 말한다. 경기가 반등하기 이전에 나타난다. 이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경우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실적장세로 연결된다. 보통 주식시장은 ▶금융장세(유동성장세) ▶실적장세 ▶역(逆)금융장세 ▶역실적장세 순으로 순환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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