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산다]전북 완주군 오정숙 명창…판소리 '끼'이을 제자키우려 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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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주대사습놀이등 각종 국악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일주.조소녀.은희진.김소영씨등 국내 판소리계의 거목들을 길러낸 오정숙 (吳貞淑.63) 명창은 지금 고향에 내려와 자신의 '끼' 를 제자들에게 전수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전주가 고향으로 지난 91년 인간문화제 제5호 (춘향가판소리 보유자) 로 지정된 吳명창이 고향에 내려와 둥지를 튼 곳은 전북완주군운주면산북리 주암마을. 산세가 수려한 대둔산 자락 6백여평의 부지에 2층 양옥집으로 지은 동초각 (東超閣)에서 吳명창이 제자양성을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3월. 당시 국립창극단 지도위원으로 있던 吳명창은 "고향에 내려가 제자 양성을 해야겠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차에 후원자로부터 대둔산 부근에 좋은 땅이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대둔산 자락 땅의 형세가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명창이 나올 지역' 이라는 풍수지리가들의 권유가 吳명창의 낙향 결심을 재촉했다.

吳명창이 현재 이곳에서 판소리를 전수시키는 제자들은 10여명. 이들은 대부분 전북대를 비롯, 서울.광주등지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들이며 일반인들도 있다.

특히 여름.겨울방학이면 여자로서는 최초로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한 吳명창의 전수를 받기 위해 몰려드는 대학생및 초.중.고생은 1백여명이나 된다.

吳명창은 매일 새벽5시쯤 일어나 대둔산 자락을 끼고 있는 집 주변을 산책한뒤 제자들이 찾아오는 오전10시쯤부터 강의를 시작, 오후5시까지 판소리를 가르친다.

또 강의가 끝나면 오후10시까지 춘향가를 비롯, 적벽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등 판소리 다섯마당을 매일 복습한다.

吳명창은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는다.

틈틈이 시간을 내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판소리를 가르쳐주고 함께 신명나는 국악 한마당을 펼치는등 마을 주민들과도 깊은 우정을 다지기도 한다.

吳명창은 특히 자신의 고향인 전북에 우리 국악 열풍을 불어넣기 위해 시.군을 순회하며 판소리공연을 갖는등 각종 문화제를 주최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吳명창이 살고 있는 집을 '동초각' 으로 지은 것은 자신의 스승인 김연수 (金演洙.1974년 작고) 선생의 호가 '동초' 였기 때문. 스승의 뜻을 이어받는다는 의지가 곁들어 있다.

"지금 내가 해야 할일은 스승이 물려준 끼를 제자들에게 물려줘 우리 판소리의 맥을 잇는 것입니다. "

吳명창은 "모든 것을 보살펴주는 주민들의 따뜻함에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다 보니 젊었을 때의 실력을 되찾는 기분" 이라며 고향에서의 생활에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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