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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보통신부의 시대착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보통신부가 민간유선전화회사의 대주주 경영참여를 봉쇄하는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안을 확정해 입법예고한 것은 여러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다.

첫째는 올해 7월30일 국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에 정부원안에 없던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은 경영에 참가하지 못한다' 는 조문이 들어가게 된 경위다.

73개 법안 무더기 통과에 묻혀 그 내용이 상당기간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부와 국회의 합작품임에 틀림없다.

대주주 경영참가를 봉쇄하는 이 조항이 들어가게 된 자초지종은 반드시 해명돼야 한다.

둘째로 자유시장제도라는 대원칙의 정지 (停止) 를 법률에는 일단 불분명하게 걸쳐 놓았다가 나중에 시행령으로 확정시키는 관행이 이번에도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시행령안에 따르면 주주총회 아닌 경영진추천위원회가 상임 및 비상임 이사진을 모두 선임토록 돼 있다.

이는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를 거쳐 (관선) 비상임이사회가 은행의 경영을 지배하고 있는 방식을 그대로 연상시킨다.

재정경제원이 관치금융을 하듯이 정통부는 관치통신을 획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시행령을 만드는 이유를 정통부는 전화회사가 공익기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화회사가 공익기업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공익기업의 민영화야말로 세계적인 추세다.

공익기업이라도 주식회사라면 경영지배는 주주총회에 맡겨야 한다.

다만 감독은 필요한 만큼 정부가 정하고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미래 정보시대의 개화 (開花) 를 지시 (指示) 경제적 관료주의로 탄압하려는 점이다.

이것은 예사로운 시대역행이 아니다.

정보화라는 차원에서 이미 세계는 21세기에 들어가 있다.

민간의 창의와 시장의 경쟁이 주축이 되지 않고는 정보화 세계에서 어느 나라도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사전에 민간주주의 경영참가 제한에 대한 아무 예고도 없었다가 거액을 출자케 해놓은 다음 이런 법과 시행령을 만든다면 정부를 믿고 어떤 사회간접자본 사업분야라도 참가하겠다는 기업이 다시 나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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