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비자금싸움…"밀리면 끝장"全方位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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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자금 정국은 여야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15일 하루에만도 십수건의 비난성명을 주고 받았다.

현재로선 여든 야든 끝장을 봐야 할 것 같다.

여기서 밀리는 쪽은 곧 파국이나 다름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한국당은 금명간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마지막 초강수다.

국민회의도 질세라 대반격에 나섰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말리던 사람조차 발을 뺀다.

말리다가 자칫 뺨을 맞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총재가 15일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도 그 때문인 듯싶다.

검찰은 검찰대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군다나 대선판도가 예측 불가능하다.

검찰의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신한국당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를지는 예상못했는지도 모른다.

당장 김대중후보의 추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기세를 꺾을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기대는 실망으로 표출됐다.

지지율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회창 (李會昌)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고, 김대중후보는 올라갔다.

그렇다고 양자 대결 구도가 자리잡히지도 않았다.

물론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예측못한 자료출처 시비가 일었다.

신한국당을 일면 궁지에 몰아넣었다.

사실 이에 대한 신한국당의 불만은 대단하다.

"왜 비자금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느냐" 는 것이다.

물론 다른 설명도 있다.

이회창후보의 지지율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김대중후보로 향하는 보수그룹의 도미노현상은 일단 막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만약 10월초의 상황을 방치했더라면 지금쯤은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황 끝' 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것이고 나름의 수확을 거두었다는 주장이다.

선거는 막판 7일전이라는 지적이 심상치도 않다.

사태를 어떻게 보든 분명한 것은 정국상황이 신한국당 자력으론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기야 수사를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 정치권에선 아직 그것을 견뎌낼 장사가 없다.

그러나 또다른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金대통령의 개입시비가 그것이다.

그럴 경우 문제는 92년 대선자금으로까지 비화할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김대중총재는 청와대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회창총재도 이번주중 청와대 면담을 추진중이다.

金총재로선 사전에 쐐기를 박아두겠다는 의도이고, 李총재는 金대통령의 마음을 확실히 잡아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국당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

'김대중비자금' 이란 용어를 '김대중 부정축재자금' 으로 바꾼 것도 그런 노력과 무관치 않다.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입을 다물고 있던 李총재가 직접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명론' 의 설파가 그것이다.

어찌됐든 신한국당은 사생결단의 분위기다.

최대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결말은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상황전개가 그것을 말해준다.

열쇠는 결국 민심이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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