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고충처리인 리포트

베를리너판 중앙일보 독자 의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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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판을 바꾼 중앙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 불편·불만 호소에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직접 듣는 고충처리인이 여러분의 생각과 반응을 모아 매주 수요일자에 ‘고충처리인 리포트’를 냅니다. 고충처리인은 중앙일보가 독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 중앙일보에 대한 제보와 의견을 망라해 여러분의 귀 노릇을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의견 개진 부탁 드립니다.

독자와 제일선에서 만나는 고충처리인실엔 기삿거리에 대한 제보는 물론, 신문에 게재된 기사에 대한 의견과 불편·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 넘쳐난다. 정치·경제·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지면에 등장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전화통에 불이 난다. 개성 넘치는 신문 편집이라든가 다른 신문에서 볼 수 없는 특종 보도도 당연히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다. 중앙일보는 3월 16일자부터 새 신문판(베를리너판)을 도입하기에 앞서 지난주 6회에 걸쳐 사전 안내와 예고 기사를 내보냈다. 그 가운데 이달 12일, 1995년 4월 4일자 1면으로 포장한 신문(상품을 싼다고 해서 전문용어로 ‘래핑[wrapping] 광고’라고 한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이번 판 개혁과 관련, 그동안의 신문 변화를 직접 느끼게 해 준다는 서비스 차원의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아침부터 빗발쳤다. 이날 밤 늦게까지 줄잡아 100여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또 다른 전화를 받아 들어야 했다. 하루 종일 전화 응대를 하느라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을 정도였다. 다행히 독자들 대부분은 처음엔 의아해하다가 배경설명을 듣고는 수긍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날의 파격적인 신문 발행을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하는 이유다.

3월 12일자 1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재미있고 신선한 기획이었다는 의견이다. 중앙일보를 20년 이상 구독했다는 안재영씨는 “옛날 신문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한번 더 발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주에 사는 김부임씨는 “어느 신문도 시도하지 못하는 중앙일보다운 참신한 아이디어로 독자의 시선을 붙잡았다”고 전했다. 광주에서 신문 가판대를 운영한다는 상인은 “신기하다며 중앙일보를 집어드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했다. 한 주부 독자는 “과거 세로쓰기 신문을 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다. 12일자 신문을 영원히 간직하겠다” 고 밝혀 왔다. 새 판으로 발행하게 될 신문에 대한 조언도 쏟아졌다. “신문 지질을 보니 눅눅한 종이를 만지는 기분인데, 외국 신문처럼 바삭 바삭한 느낌이 들게 해 달라” “한자를 섞어 쓴 예전 신문이 더 품위가 느껴진다. 새 신문엔 한자 섞어 쓰기를 하면 좋겠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혼란스럽다’ ‘굳이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전화도 적지 않았다. 서울 잠원동에 사는 김종국씨는 “자사 홍보는 신문 안쪽에다 해도 되는데, 1면에 14년 전 기사를 실어 독자를 놀라게 할 게 뭐가 있느냐”고 따졌다. 서울 흑석동에 사는 김정수씨는 "느닷없이 세로쓰기 기사들이 1면에 나와 인쇄 사고가 난 줄 알았다”며 “1면 하단 오른쪽에 실린 ‘판을 바꿨다’라는 안내 표시를 좀 더 눈에 띄는 곳에 배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안내 표시는 독자의 지적대로 이튿날 신문에선 오른쪽 상단으로 자리를 이동해 홍보용 지면임을 더욱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했다.

베를리너판으로 발행한 신문이 첫선을 보인 16일엔 그간 충분한 사전 예고가 나간 때문인지 독자들의 전화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서울 은평구의 60대 독자는 “처음엔 생소했으나 신문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사회면에 신설된 ‘민들레’와 같이 따뜻한 기사들을 많이 실어달라”고 주문했다. 서울 순화동의 구영순씨는 “신문을 펼치는 게 너무 편해졌다. 다만 나이든 독자를 위해 활자를 좀 더 키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의 김상경씨는 “ TV프로그램 안내를 늘려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알려왔다. 한 익명의 독자는 e-메일로 “판이 바뀐다 해서 기대했는데 오늘 신문을 다 읽고 난 소감은 한 마디로 혁신, 그리고 혁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책상에 앉아서도 볼 수가 있고, 들고 봐도 팔이 안 아프니 인체공학적으로도 완벽한 사이즈”라고 평가했다.

고충처리인은 이 같은 독자 반응들을 모아 해당 부서에 전달, 필요한 조치를 취하거나 제작에 참조하도록 했다. 그중에는 즉각 시행이 가능한 것도 있지만, 상당기간 검토가 필요한 사안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중앙일보가 독자를 섬기는 신문으로 거듭날 것임을 천명한 만큼 아무리 작은 요구라도 귀담아 듣고 소통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번 베를리너판 도입을 계기로 더 건설적이고 유익한 제언이나 기사에 관한 의견들이 쏟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서명수 고충처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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