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3명 ‘인터넷 여론’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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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찰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16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서울 강남과 전남 순천 등에 사는 네티즌 3명의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은 아고라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띄운 뒤 조회수가 많아지도록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회 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베스트 글’ 목록에 오르게 함으로써 네티즌들의 관심을 유발해 반정부 성향의 글이 확산되도록 여론을 만들었는지를 수사할 방침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특정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게시 글의 조회 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보통 1분에 1회, 짧게는 1초에 수십 번씩 자동으로 조회 수가 올라가게 조작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달 초 다음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건네받은 뒤 이 같은 조회 수 상승이 기계적인 컴퓨터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이뤄졌다는 정황을 확보했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컴퓨터 이용자가 손으로 마우스만 클릭해서는 이같은 조회수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한 네티즌의 글들은 아고라에서 최대 17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9월쯤 일부 네티즌들이 아고라에 반정부 성향의 글을 올린 뒤 조회 수를 조작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여왔다. 아고라 게시 글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IP(인터넷 주소) 8개를 통해 조회 수 조작이 이뤄졌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우선 4개의 IP(사용자 3명)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조작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해당 네티즌들에 대해 (다음에 대한)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들이 특정 시위를 확산시킬 목적으로 조회 수를 끌어 올렸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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