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KBS2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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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쥐라기 공원' '콩고' 등 첨단 과학과 인간의 삐뚤어진 탐욕을 교차시키며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하버드 의대 출신의 '테크노 스릴러' 전문가 마이클 크라이튼. 그의 소설중 여섯번째로 영화화된 '폭로' 는 컴퓨터 가상현실을 배경으로 기업간 합병 음모에 휘말리는 한 남자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여자 상사가 남자 부하를 성폭행한다는 상황을 설정함으로써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성폭력이란 남자와 여자사이의 문제가 아닌 권력 차원의 문제" 라는 원작의 의도와 달리 영화사등은 홍보의 초점을 '여자가 주도하는 성폭력' 에만 맞추어 왔다.

따라서 이 영화의 진짜 볼거리는 '성폭력 장면' 이 아니라 자기 앞에 닥친 권력의 음모를 헤쳐나가려는 한 남자의 몸부림이며 양념처럼 곁들여지는 각종 첨단 장치다.

특히 언제 어디서나 어떤 정보라도 찾아볼 수 있는 '가상 현실 도서관' 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레인맨' 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배리 레빈슨이 감독을 맡고 '장미의 전쟁' '원초적 본능' '폴링 다운' 등에 출연했던 마이클 더글라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랑과 영혼' 으로 청순가련형의 이미지를 강조했던 데미 무어는 이 영화에서 풍만한 몸매를 은근히 자랑한다.

디지컴사의 유능한 지사장 톰 샌더즈 (마이클 더글라스 분) 는 부사장 승진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새 부사장으로는 엉뚱하게 옛 애인이기도 한 메레디스 존슨 (데미 무어) 이 부임한다.

늦은 저녁 단둘만의 회의를 소집한 메레디스는 톰을 강압적으로 유혹하지만 톰은 이를 가까스로 물리친다.

하지만 메레디스는 회사에 톰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거짓 증언을 한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톰은 그 배후에 깔린 음모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영화 전반부에 깔려있는 복선을 유심히 찾아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중 하나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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