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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식의 50개주 최고봉 등정기] 전문 등산가도 '지옥 코스'

중앙일보

입력

50개 주 최고봉 등정 40번 째인 개닛 피크(Gannett Peak)는 높이가 1만3804피트로 와이오밍 주 안에서는 제일 높은 산이다.

유타 주의 킹스 피크(Kings Peak)에서 북쪽으로 226마일 떨어져 있는데 80번 프리웨이에서 191번을 타고 북상하면서 주위를 보면 마치 라스베이거스를 가고 있는 양 황량한 사막 벌판을 연상케 한다.

파이데일(Pinedale)을 거의 다 가서 동북간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놓는 개닛 피크를 비롯해 한다는 거봉들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1만2000피트서부터 1만3000피트가 넘는 16개의 고봉들이 군대 사열하듯 일렬로 도열해 있는데 그 위용에 그야말로 숨이 죽고 기가 죽고 혈이 멈추는 듯하다.

여명이 트기도 전에 프리몬트 레이크 로드(Fremont Lake Rd.)로 15마일 정도 올라가니 끝자락 오른쪽에 비지터 센터가 나온다. 너무 일러서 문을 열지 않았는데 실수로 문을 두드리니 70이 넘은직한 노인이 눈을 비비며 그래도 웃는 낯으로 문을 열어준다.

이름이 밥이라며 자기도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며 5년 전에 이곳으로 들어와 마지막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특히 야생동물과 자연보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개닛 피크는 자기도 올라가 보지 못했지만 여간 어려운 등정이 아니라는 부연 설명까지 해 준다.

특히 왕복 40마일이 넘는 험한 등산로인데다가 1만600피트에 있는 티트콤 레이크(Titcomb Lake)에서 부터는 정해진 등산로도 없는데다 경사도 심하고 암벽 또는 빙벽타기 등 극난의 코스들이라 전문 등산가들도 지옥을 들어갔다 나올 정도의 처절한 등산로란다.

등산로 입구에서 폴 크릭 트레일(Pole Creek Trail)로 올라가면 수없는 크고 작은 호수와 갈림길을 거치는데 에클런드 호수(Eklund Lake)부터는 등산로 3거리가 나온다.

왼쪽의 티트콤 베이슨 트레일(Titcomb Basin Trail)로 가야 하는데 티트콤 호수까지의 9마일 정도는 1만피트가 약간 넘는 능선 밑으로 가게 되나 일단 티트콤 레이크를 벗어나고 부터는 수직 상승의 길도 없는 혼자만의 사투를 벌여야만 된다.

일레브 게인(Elev Gaine)이 9000피트나 되며 알래스카의 맥킨리산(Mt. Mckinly)보다 등산이 더 어렵다는 악명이 붙어있는 산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정상까지는 올라가지 못할 산으로 점을 찍고 있었는데 날씨마저 꾸무럭 거리더니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변명거리까지 생겼으니 얼마 걷지 않았어도 이 또한 아름다운 실패 아니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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