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비자금 폭로 정국…말싸움만 계속땐 모두 피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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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의 폭로로 나흘전 막이 열린 비자금 정국이 어디로 향할지는 전혀 미지수다.

'여론이라는 수문 (水門)' 이 어떻게 열리느냐에 따라 이 급류의 흐름이 결정될 터이고, 대선승부가 영향을 받게 된다.

현상태에서 예측할 수 있는 방향은 두갈래다.

하나는 정치적 공방으로 진행될 가능성이다.

이럴 경우 진상규명보다 여야의 말싸움이 주된 양상이 될 것이고 논란의 승패도 쉽게 가려지지 않을 것이다.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양측이 지루한 소모전을 전개하게 되고 그 부담도 나누어 질 수밖에 없을 것같다.

신한국당이 바라지 않은 방향이다.

국민회의는 사태의 장기화가 양당 모두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아래 신한국당의 진의를 떠보고 나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9일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이 직접 "이회창 (李會昌) 총재는 위험한 도박을 중지하라" 고 촉구하고 나섰다.

폭로전이 득될게 없다는 것이다.

양자간 이전투구 싸움이 제3후보들의 입지 기반만 넓혀줄 수 있다는 논지다.

국민회의 임채정 (林采正) 정세분석실장은 "우리까지 맞불 폭로를 할 경우 '보이지 않는 음모 주체' 의 의도에 끌려들어가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우리 지지표는 발로 밟아도 안깨지는 25%에 30~40대의 고학력 유권자가 주축이어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 (朴智元특보)" 고 자신했다.

신한국당으로서는 비자금 정보의 수집및 유통경위등과 관련한 역풍의 가능성도 우려해야 한다.

국민회의는 이 부분을 파고들 태세다.

다음이 사법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다.

이 때는 일단 국민회의와 검찰간의 문제가 된다.

신한국당은 이를 유도하기 위해 당차원에서 거듭 검찰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의원들에게는 국정감사장등에서 관련증거를 제시하며 사법조치를 촉구토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사법적 대응을 배제하지 않되 검찰이 중립적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루도록 여러 여건을 조성해 나갈 방침이다.

각 당의 성명 폭로전.국회 발언.검찰 반응이 어지럽게 교차하며 대선전이 폭로 - 반박 - 재폭로 - 역폭로의 어지러운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우선은 커 보인다.

김교준·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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