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노래의 날개 위에 이웃사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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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웃을 돕는다는 거창한 생각에 앞서 노래가 좋아 시작한 일입니다. 행인들이 박수를 쳐주면 즐겁고, 모금함에 손을 넣어주면 더욱 즐겁고요."

서울 목동에 있는 서울국제우체국 지원과 콜센터에 근무하는 8급 공무원 김용식(37)씨. 소아마비 장애인이어서 목발을 짚고 다니는 그는 매주 토.일요일 서울 인사동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1993년 창단된 직장인 봉사모임 '한사랑'(www.han-sarang.org) 회원인 그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을 제외하고는 주말에 항상 인사동을 찾는다. 2001년 초 이 모임에 가입했으니 공연 횟수가 족히 1000회를 넘는다. 길거리 공연에서는 회원 7~8명이 번갈아 약 4시간 동안 노래를 부르고, 행인들이 모금함에 자발적으로 넣어주는 돈을 모아 독거노인이나 장애 아동을 돕는 단체에 기부한다.

"어느날 TV를 통해 '한사랑'이라는 모임을 알게 됐습니다. 노래를 통해 불우한 이웃에게 도움이 되려한다는 취지에 감명을 받았지요. '내가 할 일이 바로 저것이구나'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김씨는 오디션을 통해 '한사랑'에 가입했다. 서울 영동고교를 졸업한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갈 수 없었다. 기술을 익히려고 이것저것 배우다가 9급 공무원 시험을 쳐 합격했고, 92년 서울우편집중국에 배치받았다.

"워낙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만 가끔 부르기 싫을 때도 있어요. 그러나 제 노래를 듣고 지갑을 꺼내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활력을 되찾곤 합니다."

김씨가 즐겨 부르는 노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안치환의 '이등병의 편지',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등이다. 최신곡으로는 박상민의 '해바라기''상실'등이 있다. 그는 요즘 퇴근한 뒤 직장 부근에 있는 목동 청소년 수련관에서 수영을 한다. 체력이 튼튼해야 나이가 들어도 노래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회원들과도 친구처럼 격의없이 지내죠. 함께 추구하는 '공동의 선(善)'이 있기에 친해지는 것 같습니다. 봉사활동과 관련해 한마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유가 있을 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영원히 못합니다. 책상 정리를 완벽하게 끝낸 뒤 공부하려고 하면 벌써 창밖에 동이 터오는 것과 같은 이치죠."

글=김동섭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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