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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老村'을 살리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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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송의호 사회부 기자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앞으로 10년 후면 농촌이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중앙일보 취재팀이 '주름살 깊은 노촌(老村)' 시리즈 취재를 위해 이달 초 경북 문경시 동로면 생달1리를 찾았을 때 주민들은 "힘든 농사일보다 우리 농촌에 장래가 없다는 게 더 암담하다"고 말했다. "몇년 후면 농사는 고사하고 마을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하는 주민이 많았다.

지금 농촌에서는 대부분 60대 후반에서 70대 노인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생달1리의 경우 전체 주민 130여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이 68%에 이른다. 20~30대 남자는 한 명도 없다. 향후 농업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자녀들이 농촌에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힘만 들고 돈벌이가 안 되는 농사일을 하겠다고 나설 젊은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젊은이들을 다시 농촌에 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정부나 농민 모두가 발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식량 재배 중심 농업에서 탈피하도록 정부는 지원해야 하고, 농민들도 쌀을 재배하고 소를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경북대 손재근(농학)교수는 "농업을 관광과 접목한 그린투어라든지, 친환경 유기농작물 재배 및 유통 혁신 등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제혜택이나 금융지원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농촌 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의료 등 복지부문의 투자에도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달1리 주민 한대석(68)씨가 "도시에는 청년 실업자가 넘쳐나는데 농촌은 노인밖에 없다는 것은 정부의 무농(無農)정책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한 대목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송의호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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