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총장,김대중비자금 폭로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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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개 대선정국에 7일 핵폭풍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신한국당이 터뜨린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총재 거액 비자금 의혹의 사실여부에 따라 김대중.이회창 (李會昌) 양후보에게는 엄청난 타격을 가하면서 금년 대선정국을 난기류로 몰아갈 것이 틀림없다.

특히 국민회의측이 이같은 여당측의 공세에 대해 이회창후보를 흠집낼 폭로전에 나설 뜻을 명백히 밝힘으로써 이번 대선은 폭로와 반격이라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극치를 이룰 전망이다.

국민회의측은 반격도구는 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흑막과 이회창후보의 경선자금 부문이다.

따라서 이번 의혹사건은 진위 (眞僞) 여부를 떠나 대선구도에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은 정치와 사법이라는 두갈래로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이 사건이 정치권에 흔히 있어온 정치자금 스캔들이 아니라 국가를 뒤집어 놓았던 전두환 (全斗煥).노태우 (盧泰愚)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과 같은 차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여권은 실명제 위반같은 구체적인 범법혐의를 제시하고 있다.

여권주장의 진위를 현단계에서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검찰이 범죄혐의를 인지 (認知) 해 수사에 착수한다면 수사자체가 상당기간 대선정국의 고삐를 끌고 갈 것은 불보듯 훤하다.

검찰수사가 실시된다면 비자금 관리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金총재 인척들의 소환으로 이어질 것이며 수사결과에 따라 金총재에게 타격을 가할 수도 있고, 혐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면 거꾸로 이회창총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

검찰수사와 별개로 정치적으로는 이미 정국에 격랑이 일고 있다.

여권은 이미 金총재 비자금 의혹을 국민에 대한 도덕적 배신이라고 규정했고, 국민회의도 여권의 전형적 음해공작이라고 강력 반발해 "사느냐 죽느냐" 의 건곤일척 (乾坤一擲) 의 전쟁을 시작했다.

의혹조사에 깊이 관여한 여권의 중요인사는 "여권은 이를 단순한 대선전략의 차원을 넘어 진정하고 확실한 3金시대의 정리로 생각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되는 대선정국의 여러 일에 차례차례 영향을 미칠 것같다.

우선 성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되던 DJP 후보단일화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김종필 (金鍾泌) 자민련후보로서는 다른 세력과 연대하든지, 아니면 독자출마해야 하는 부담스런 환경에 빠질 수도 있다.

30%대를 넘어 여론조사 1위를 고수해온 김대중총재를 휘감은 의혹은 다른 후보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여론의 변화를 정확히 알려면 여론조사가 있어야겠지만 만약 이 사건이 김대중.이회창총재와 이인제 (李仁濟) 전경기지사 사이에 벌어졌던 격차를 좁힌다면 각 진영의 대선전략과 합종연횡의 구도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탈당설이 돌던 신한국당내 일부 비주류 강경파는 사태를 관망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같다.

당지도부는 정국의 일대 혼란속에서 책임있는 여권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사건을 역전의 호재로 삼아 내부결속을 다지는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인제후보측은 김대중총재의 위기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차지하려고 창당작업등의 달리기에 속도를 더할 것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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