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중국 레전드사, 미국 PC업계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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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국 최대의 PC업체 레전드가 일본의 히타치와 손을 잡고 중국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업체에 도전장을 냈다.

양사는 최근 베이징 (北京)에서 PC 개발에서 마케팅까지 긴밀한 협력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양측은 중국의 PC시장을 겨냥해 1천달러 미만의 값이 싼 PC를 개발해 내년 2분기까지 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PC시장은 수년간 휴렛 팩커드.IBM.컴팩 등 미국회사가 지배해왔다.

그러나 9개월전부터 레전드가 저가의 제품으로 시장을 파고드는데 성공, 단일업체로는 올상반기 1위를 기록했다.

중국 PC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시장은 40%의 성장세를 기록해 30억달러 규모로 컸으며 한국을 추월, 일본에 이어 아시아 제2의 시장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뚜렷한 PC생산업체가 없던 중국은 미국기업들에게는 현지기업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시장을 제공했었다.

그만큼 미국기업의 중국내 영업이 수월했었다.

레전드는 히타치와 공동생산한 PC를 중국시장에서는 레전드라는 브랜드로, 해외에서는 히타치라는 브랜드로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히타치는 이번 제휴를 통해 레전드에 액정모니터 PC와 CD - ROM.반도체 등의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히타치는 자사 PC를 중국시장에서 레전드 브랜드로 판매해 이를 중국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생각이다.

양사는 장기적으로는 노트북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관계를 넓히고 동남아 진출도 모색중이다.

레전드는 우선 저가 PC에 역점을 두겠지만 중국 PC시장의 90%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체 수요를 겨냥해 고가 PC도 개발해 판매할 예정이다.

양측은 공동개발할 PC에 어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택하게 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레전드는 히타치 이전에 대만의 에이서 그룹과 손을 잡고 중국시장에서 에이서 컴퓨터를 레전드 브랜드로 판매하면서 인텔제품이 아닌 가격이 싼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채택했었다.

초기에는 싼 가격때문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었으나 점차 판매가 부진해지기 시작했다.

'인텔 인사이드' 라는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은 컴퓨터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히타치와 레전드는 이번에 생산하게 되는 컴퓨터에 어떤 칩을 사용할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지난 5월부터 레전드의 경영책임은 홍콩소재 계열사 '레전드 지주회사' 산하로 넘어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략이 레전드가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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